중앙정부 “보전해 줄 근거 없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돈 문제’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정규직 전환에 투입되는 비용을 자체 충당해야 한다. 규모가 큰 중앙부처 및 산하 공공기관에겐 큰 어려움이 아니지만 재정 독립성이 낮은 지방자치단체 및 산하 공공기관들은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단 정부의 방침은 지자체 및 관련 공공기관의 전환 비용은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자체 예산으로 조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자체는 지방정부에서 부담하도록 하고 국고 보조사업의 경우에만 투입되는 예산의 중앙정부 분담 비율에 따라 정규직 전환 비용의 일부를 보전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및 관련 공공기관 인력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자체 입장에서 정규직 전환 비용은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지자체 일반회계 예산 중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는 평균 52.5%에 그쳤다. 쓰는 돈의 절반 가까이를 중앙정부에서 받아 오고 있다는 의미다.
그나마 특별시와 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66.6%에 이르지만, 도단위 재정자립도는 35.9%에 불과하다. 기초 지자체는 사정이 더 심각한데 특ㆍ광역시 소속 자치구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29.7%, 군 단위 자립도는 18.0%에 불과하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전환을 시켜 주면 기준 인건비가 늘어날 텐데, 우리처럼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은 재원조달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우려했다. 대구시청 관계자 역시 “지자체는 자제적으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는 통보를 (중앙정부로부터) 받았다”고 난감해 했다.
지자체 등의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경우, 상여금(임금 이외에 특별히 지급되는 현금)도 늘어나게 된다. 명절휴가비, 교통비 등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주지 않았던 비용이 증가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정규직 전환의 경우 앞으로 호봉이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지자체의 부담이 계속 누적된다는 데에 있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당장의 인건비 상승도 문제지만 호봉 상승과 그에 따른 퇴직금 부담도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 정책 때문에 지방재정 부담이 커졌다”는 지자체들의 이 같은 호소에도, 중앙정부는 이 부분이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정규직화 비용을 중앙정부가 보전해 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다만 늘어나는 국세 수입에 따라 지자체로 보내는 교부금이 늘어나면 그것을 정규직 전환 비용으로 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엇갈린 주장에 대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부담을 떠넘기는 측면도 있지만, 실제 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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