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흡수 땐 두통ㆍ감각 이상
간ㆍ신장 등까지 손상될 수도
식약처 “잔류기준치 상당히 안전
기준 넘어도 바로 유해하진 않아
성인은 175개 먹어야 독성 증상”
국산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은 주택이나 가축, 애완동물에 기생하는 벼룩과 진드기 등을 없애는데 사용되는 물질이다. 개미나 바퀴벌레 살충제 원료로도 쓰인다.
백색 분말 형태로 흡입과 섭취로 인체에 흡수될 수 있는데, 이 경우 두통이나 감각 이상, 심하면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상희 호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는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피프로닐은)독성 시험을 해보면 갑상선에 영향을 미치고 살짝 신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그런 농약”이라며 “장기적으로 노출됐을 경우에는 상당히 독성이 강할 수 있는 약물”이라고 말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피프로닐을 과다 섭취하면 간장, 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사례도 있다. 2010년 국제학술지 ‘임상 독성학’에 실린 ‘피프로닐 노출과 관련된 급성 질환’ 논문을 보면, 살충제 사용 등으로 일상에서 피프로닐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나타났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11개 주에서 확인된 피프로닐 노출자의 89%는 가벼운 건강 이상을 호소했다. 두통, 현기증, 감각 이상과 같은 신경 증상(50%)이 가장 많았고 안구(44%), 위장(28%), 호흡기(27%), 피부(21%) 등에도 증상이 나타났다.
피프로닐은 국내에서 닭에 대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제식품규격에 따라 정한 피프로닐 잔류 기준은 계란 0.02ppm(㎏당 0.02㎎), 닭고기 0.01ppm이다. 이번에 경기 남양주시 양계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검출된 양은 0.0363ppm이었다.
경기 광주시 농장에서 검출된 비펜트린은 닭에 서식하는 이를 잡는데 쓰이는 진드기 퇴치용 농약의 일종으로 사용 자체가 금지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피프로닐이나 비펜트린은 열을 가하거나 씻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물질이 아니어서 소비자 입장에선 일단 정부의 전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섭취를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에 피프로닐 등이 검출된 농장의 닭은 고기용 육계가 아닌 산란계여서 해당 닭고기가 식탁에 올라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잔류 기준 이하일 경우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뜻인데, 잔류기준을 조금 넘었다고 해서 곧바로 유해하지는 않다”면서 “피프로닐이 든 계란을 60㎏ 성인은 175개, 12㎏ 아이는 49개를 한번에 먹어야 급성 독성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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