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8일 트레이드로 넥센을 떠나 SK 유니폼을 입은 좌완 파이어볼러 김택형(21)은 일명 ‘김광현 껌딱지’로 불린다. 올해 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인천 강화 퓨처스파크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재활 훈련을 하는데 그의 곁에는 마찬가지로 팔꿈치에 칼을 댄 SK의 간판 투수 김광현(29)도 함께 재활 운동 중이다.
김광현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프로에 뛰어든 김택형에게 하늘 같은 선배이자 롤모델이다. 김택형을 넥센 감독 시절부터 애지중지 키운 염경엽 SK 단장도 “(김)광현이 형을 따라다니면서 많이 보고 배워라”고 주문을 하기도 했다.
김택형은 프로 첫해부터 가능성을 보였던 기대주다. 2015년 3월28일 한화와 시즌 개막전에서 데뷔 무대를 갖고 프로 첫 승까지 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고졸 신인이 개막전 승리 투수가 된 것은 김택형이 처음이었다.
첫 단추를 잘 꿴 덕분에 넥센 불펜에서 중용됐고 2015년 37경기, 2016년 32경기에 등판했다. 2년 통산 성적은 6승6패 9홀드 평균자책점 7.82. 평균자책점이 높았지만 투구 폼을 수정하면서 인천 동산고 시절 시속 140㎞ 초반에 그쳤던 직구가 150㎞까지 올랐다. ‘왼손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오라’는 야구 격언처럼 파이어볼러로 변신한 김택형의 가치는 올라갔다.
내년 시즌 1군 복귀를 목표로 삼은 김택형은 재활 과정을 선발 투수 몸에 맞춰 밟고 있다. 최근 강화 퓨처스파크에서 본보와 만난 그는 “이달 말부터 섀도 피칭(공 대신 도구를 들고 투구)을 한다”며 “넥센에 있을 때보다 훈련 환경이 좋아 재활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현과 인연에 대해서는 “2015 프리미어 12 대회 때 대표팀 상비군으로 갔을 때 캐치볼을 하면서 친해졌다”며 “지금은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으니까 구체적인 야구 얘기를 하지 않지만 광현이 형 덕분에 체인지업 그립을 새롭게 익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1군에 복귀했을 때 목표를 묻는 질문엔 “퀄리티 있는 선발이 되고 싶다”면서 “아직 선발 경력이 없지만 잘 안 된다면 중간으로 가도 괜찮다. 광현이 형이 ‘내년에 잘해서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뽑혀 금메달을 따고 오라’는 말을 해줬는데 정말 현실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