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는 가급적 실내에서 키워야 하며 부득이하게 밖에서 키울 경우 목줄이 아닌 울타리를 쳐주고, 울타리 밖으로 자주 나오게 하면서 주인과 교감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이에 대해 온라인에선 “좁은 공간에서 놀지도 못하게 하고 실내에서 키우는 게 학대다”, “개는 원래 밖에서 길러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개는 개답게 길러야 한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개는 원래 밖에서 길러야 한다는 의견은 크게 두 가지 근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예전부터 개를 마당에서 줄에 묶어 기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도 도심을 벗어나면 이를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이다. 또 실내에 가둬두는 게 오히려 개의 활동성을 저해하므로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게 낫다는 논리도 작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예전부터 개를 마당에서 목줄을 맨 채 길러왔다고 해서 이를 ‘개답게’ 기르는 방식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는 사회적 동물이면서 활동적인 개의 본성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이 개를 가급적 실내에서 키워야 한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외부 환경에 개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건 건강에 좋지 않고, 무엇보다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는 데에 있다. 밖에서 지낸다고 해도 적어도 혹한에는 실내에 머물게 하거나 폭염에는 더위를 피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마당개’들은 그런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목욕도 산책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밥만 먹으면 되는 존재로 여겨질 뿐이다. 반면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사는 미국에서는 개가 밖에서만 살 수 없다고 판단해 주 별로 날씨, 목줄 길이, 실외에 있는 시간 등을 법으로 정해 놓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물리고 있다.
더욱이 개를 밖에서 기르면 그만큼 개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개의 건강을 체크하고, 교감하는 시간도 줄어드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 밖에서 사는 개의 수명은 대체로 실내에서 사는 개보다 짧다고 한다.
물론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방식이 개에게는 답답한 환경일 수 있다. 요즘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나오는 개들처럼 집 안팎을 자유롭게 다니며 살면 좋겠지만 공동주택에서 사는 경우가 많아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는 산책과 운동을 자주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할 일이지 밖에다 목줄을 하거나 방치해서 키운다고 될 일은 아니다.
요즘 인기 있는 반려견 행동전문가에게 개를 밖에서 키우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다른 이유 없다. 개는 사람 옆에만 있어도 좋아하는 동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람 옆에만 있어도 좋아하고, 심지어 맞아도 다시 꼬리를 흔들며 오는 개를 개답게 키운다는 건 뭘까. 추위와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적절한 산책, 운동을 함께 하는 기본에 더해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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