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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한반도 반전? 북한 김정은 “미국 행태 좀 더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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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한반도 반전? 북한 김정은 “미국 행태 좀 더 볼 것”

입력
2017.08.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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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사격 방안 보고받는 자리서 언급

“미국 망동 계속 부리면 중대 결단

망신 안 당하려면 이성적 판단하라”

을지훈련 실시 재고 촉구란 해석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던 중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그림은 15일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던 중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그림은 15일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4발로 괌을 포위 사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지 닷새 만에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선회하며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최근 북미가 설전을 벌이며 일촉즉발 상태로 치달았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21일 시작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규모나 방식을 미국이 바꾸지 않으면 당초 예고대로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겠다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전략군사령부 지휘소에서 전략군이 준비하는 괌 포위 사격 방안에 대한 김락겸 사령관의 보고를 받고, 이에 대해 오랜 시간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지휘관들과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미제의 군사적 대결 망동은 제 손으로 제 목에 올가미를 거 는 셈이 되고 말았다”며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리석고 미련한 미국 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자제력을 시험하며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이미 천명한 대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실전에 돌입할 수 있게 항상 발사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김정은의 시찰에는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김정식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동행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당장 괌 포위 사격을 실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9일 전략군 대변인 성명으로 괌 포위 사격 계획을 처음 밝힌 뒤 이튿날 김락겸 사령관 발언을 통해 “우리 전략군은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ㆍ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김 사령관은 그러면서 “전략군은 8월 중순까지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최종 완성하여 공화국 핵 무력의 총사령관(김정은) 동지께 보고 드리고 발사 대기 태세에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한이 화성-12형 발사를 미루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것은 거듭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는 미국과의 군사적 대치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단 가능하다. 아울러 괌 포위 사격 예고가 애초 실제 도발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앞두고 북한 내부를 결속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거꾸로 UFG를 예정된 시기에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미국을 상대로 한 재고(再考) 촉구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에 한마디 충고하건대 과연 지금의 상황이 어느 쪽에 더 불리한지 명석한 두뇌로 득실관계를 잘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고 “세계 면전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엄포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군사적 대응의 한계도 한계지만 자칫 요격 실패가 가져올 미사일방어(MD)의 민낯이 미국에게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며 “북한이 이걸 정확히 읽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은 북한이 줄곧 요구해온 일이다. 전날도 중앙통신은 ‘미국은 자멸을 원하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UFG와 관련해 “극도로 악화된 조선반도 정세 하에서 대규모 핵전쟁 연습의 개시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은 명명백백하다”며 “설사 누가 원치 않았다 하더라도 사소한 우발적 사건으로 불꽃이 튕긴다면 그 어떤 힘으로도 전쟁을 막을 수 없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대적인 무력투입을 떠들고 있다”며 “아무리 연례화, 정례화, 방어적 성격을 논하여도 전쟁 발발의 위험성을 절대로 약화시킬 수 없다"고 강변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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