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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소프라노 “암 환자들에 용기를” 병원 콘서트

입력
2017.08.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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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투병 중인 지정윤씨

“환자분들 좌절 않고 이겨내시길”

성악가·피아니스트 등 동료들과

유성선병원서 특별한 콘서트

암 투병을 하면서 다른 암 환자들을 위해 음악회를 기획, 추진한 소프라노 지정윤(36)씨. 유성선병원 제공
암 투병을 하면서 다른 암 환자들을 위해 음악회를 기획, 추진한 소프라노 지정윤(36)씨. 유성선병원 제공

“저 역시 암 투병 중인 환자입니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분, 그리고 그 가족들이 잠시나마 아픔을 잊고 치유하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암으로 투병 중인 소프라노의 제안으로 마련된 암 환자를 위한 음악회 ‘한여름밤의 꿈’이 대전 유성선병원에서 14일 열렸다.

음악회는 이 병원에서 암 치료 중인 소프라노 겸 뮤지컬 배우 지정윤(36ㆍ사진)씨의 제안을 병원 측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마련됐다.

그는 지난해 말 유방암 진단을 받아 올 초 수술을 받았다. 이탈리아와 미국 등 해외에서 유학한 뒤 열심히 공연을 하고, 어린이 뮤지컬합창단 지휘자로도 활동하며 음악가로서 전성기를 맞았던 그는 순식간에 환자복 신세가 됐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소프라노라는 것을 알게 된 같은 병실 환자들이 아픔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노래를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몸이 성치 않아 쉽지 않았다.

마침 이탈리아 유학 시절 인연을 맺은 친구 강수정(소프라노)씨가 병문안을 온다고 했다. 다른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에 처음엔 강씨에게 ‘나는 당장 노래를 부를 상황이 못 되니 대신 환자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상의 과정에서 그와 강씨는 피아노가 있으면 제대로 된 음악회를 열자는 얘기까지 나눴다. 강씨는 자신의 동료들도 섭외해 함께 오겠다고도 했다. 지씨는 이를 병원 측에 제안했고, 흔쾌히 공연장소와 시설 제공을 약속 받았다.

소프라노 지정윤씨가 암 투병 중에도 암 환자들을 위해 기획, 추진한 음악회 '한여름밤의 꿈' 리플릿. 유성선병원 제공
소프라노 지정윤씨가 암 투병 중에도 암 환자들을 위해 기획, 추진한 음악회 '한여름밤의 꿈' 리플릿. 유성선병원 제공

음악회에선 강씨를 비롯해, 테너 장보광, 피아니스트 한누리씨가 가곡과 샹송, 팝 등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하고, 다양한 레퍼토리로 투병 중인 환자들을 위로했다.

강씨와 장씨는 ‘O sole mio’ 등 솔로곡에 이어 듀엣으로 ‘The prayer’, ‘Brindist(축배의 노래)’ 등을 들려줬다. 한씨는 ‘La vien en rose’와 ‘Libero tango’ 등 아름다운 피아노 독주로 암 환자들의 마음을 달랬다.

지씨도 이날 오전 항암 치료를 받아 힘든 몸을 이끌고 ‘거위의 꿈’을 열창하며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그는 “큰 병을 앓고 보니 세상을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모든 등장인물들이 어려움을 극복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처럼 환자들이 좌절하지 않고 암을 이겨내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남편 조영호(41)씨는 “아내가 음악회 얘기를 꺼냈을 때 조금 걱정됐지만, 너무 좋은 취지였고, 아내의 친구들이 함께 한다고 해 승낙했다”고 말했다.

음악회를 본 암센터 한 환자는 “본인도 힘들고 어려울 텐데 이렇게 음악회를 열어줘 너무 고맙다. 병원 밖 공연장에서 하는 어떤 음악회보다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규은 선병원 경영총괄원장은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음악회 등의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지만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음악회라 더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대전=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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