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칼럼니스트, 기고문서 밝혀
“이달 말 北 대표단 뉴욕 방문계획
지난달 ‘수감자 문제’ 이견으로 보류”
협상 결렬 직후 트럼프-북 거친 설전
북한 핵ㆍ미사일 개발 문제로 북한과 미국이 군사행동까지 거론하면서 격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대미협상 책임자인 최선희(53) 외무성 미국국장의 방미가 최근 추진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미 국무부의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 대사의 이른바 ‘뉴욕 채널’이 수개월 간 가동된 사실이 공개된 데 이어, 양측이 벼랑 끝 대치 속에서도 물밑에선 꾸준히 접촉 시도를 해 온 정황이 추가로 드러난 셈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조쉬 로긴은 12일(현지시간) 기고를 통해 “소식통에 따르면, 윤 대표와 박 대사(뉴욕 채널)는 최 국장이 이달 말 미국 뉴욕을 방문하는 계획을 지난달부터 (비밀리에) 추진했다”고 밝혔다. 최 국장의 방미는 뉴욕의 민간 싱크탱크인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가 주도하는 비정부부문 대화(트랙 2) 방식을 취할 예정이었으며, 북한도 실제로 뉴욕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1990년~2010년 북미협상과 6자 협상에서 북한 측 영어 통역을 전담한 최 국장은 2011년 6자회담 차석대표가 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미국국장을 맡은 김정은 체제의 북한 외무성 실세로 꼽힌다. 지난 6월 의식불명 상태이던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미국 송환 결정협상 등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거의 성사 단계까지 갔던 최 국장 등의 방미 계획은 그러나 지난달 양측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일단 보류됐다. 미국 측이 북측 대표단의 비자 발급 조건으로 북한에 억류돼 있는 김동철 목사 등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수감자 문제에 진전을 보여달라’고 했으나, 북한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NCAFP가 추진했던 최 국장의 방미가 2월 김정은 암살 사건으로 돌연 무산된 데 이어 두 번째 실패인 셈이다.
로긴은 “지난달 말 조셉 윤 대표와 박성일 대사가 마지막으로 만난 지 불과 며칠 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군사 행동’ 위협까지 포함한 설전을 벌였다”며 “이는 양측 정부의 마지막 직접 접촉”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과 북한이 “화염과 분노”(트럼프 대통령), “괌 포위사격”(북한) 등의 거친 언사를 써 가며 서로를 비난했던 막후에선 이런 비화가 있었던 셈이다. 로긴은 “수감자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전제조건”이라며 지난 10일 북한이 복역 중이던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를 석방한 사실을 거론한 뒤, “뉴욕 채널은 긴급 상황에서 양국의 의사소통을 촉진, ‘전쟁’이라는 계산착오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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