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세상을 떠난 주인을 잊지 못해 방황하는 반려견의 사연이 올해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감동을 전했다. 터키 부르사에 거주하는 알리 일한 씨의 반려견 '시저'는 당시 아침마다 홀로 집을 나서 시내를 가로질러 옛 주인의 묘지를 찾곤 했다.
당시 사연을 접한 네티즌은 "시저의 충성심에 감동했다", "시저가 주인이 떠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된다" 등의 반응이었다.
지난 주말 알리 씨의 페이스북 계정엔 휴일을 맞아 이발을 하고 있는 시저의 근황사진이 올라왔다. 슬픔에 빠져있던 시저는 몇 달 새 알리 씨의 곁에서 한결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최근 해외 유명 동물전문 커뮤니티 '투트래블링도그스'가 시저의 사연을 전하면서 시저의 근황이 재조명됐다.
시저는 원래 알리 씨의 아버지 메멧 일한 씨가 2년 전 입양한 반려견이다. 노령으로 질병에 시달리던 메멧 씨는 급기야 신체 일부가 마비됐고, 늙고 병든 자신을 지켜줄 친구가 필요해 반려견 시저를 데려왔다. 메멧 씨의 예쁨을 받으며 시저 역시 그의 곁을 사랑으로 지켰다.
당시 알리 씨는 "최근 아버지가 며칠간 병원에 입원하자 시저는 식음을 전폐하며 끙끙 앓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입원 생활은 얼마 가지 못했다. 병세가 악화되면서 메멧 씨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얼마 후 운구에 앞서 메멧 씨의 관이 집에 도착했을 때, 시저는 한참을 그 옆에 앉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장례행렬이 사원을 향해 관을 운반해 갈 땐 마치 행렬을 지휘하는 듯 맨 앞에 서서 묵묵히 걸었다. 장례식 내내 시저는 관 바로 옆에 쓸쓸히 앉아 고개를 떨구었다. 시저는 메멧 씨가 묘에 묻히는 마지막 모습까지 모두 지켜봤다. 알리 씨는 "아버지의 관이 묘에 묻히고 흙이 덮이는 순간까지, 그 누구도 시저를 건드리거나 저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저는 장례식 날부터 닷새를 내리 메멧 씨의 묘를 찾아갔다. 알리 씨가 출근하고 나면 홀로 집에서 나와 시내를 가로질러 간 것이다. 아침마다 길을 나선 시저는 사랑하던 친구의 묘 옆에 한참을 앉아 자리를 지켰다. 알리 씨는 묘지 관리인들의 제보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알리 씨는 "시저가 이 슬픔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부턴 혼자 슬퍼하고 견디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시저와 함께 아픔을 치유해나가겠다"고 전한 바 있다.
김서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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