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국무ㆍ매티스 국방
WSJ에 공동 기고문 게재
“북한과 협상할 의향 있다”
맥매스터 백악관 보좌관과
폼페오 CIA 국장도 방송에
“전쟁 임박 아니다” 일축
백인우월주의자들로 인해 빚어진 ‘샬러츠빌 유혈사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이 잦아든 사이 백악관과 행정부 고위 참모들의 한반도 긴장수위를 낮추려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위협 후 거듭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군사적 대응 메시지가 유발한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국무장관, 국방장관, 합참의장, 중앙정보국(CIA) 국장,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휴일인 13일(현지시간) 일제히 언론을 통해 외교해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게재된 공동 기고문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평화적 압박 캠페인’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북한 정권교체나 한국 주도의 조속한 통일에 관심이 없으며 북한에 미군을 주둔시킬 핑계를 찾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 뒤 “북한과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방한 중인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은 “북한 미사일 위기에 대한 외교적 해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리 모두 전쟁 없이 이 상황에서 빠져 나오는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으로 향하는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외교 노력이 실패할 경우 대통령에게 다양한 군사적 방안을 제시하는 데 소홀함이 없지만, 군사적 대응의 위중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틸러슨 국무장관의 외교적 해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강경 일변도의 트럼프식 대응과 달리 대화 여지를 강조해 온 틸러슨 장관의 방향에 동의하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의 이익에 반해 급작스러운 군사대응에 착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도 긴장완화에 힘을 보탰다. 이날 ABC방송에 출연, “10년 전보다는 북한과의 전쟁에 가까워졌지만 한 주 전과 비교한다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쟁 임박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미국은 새로운 경제 제재가 동반된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차단하려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정권교체론을 언급하는 등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진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도 전쟁임박설을 부인했다. 폭스뉴스 선데이와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핵전쟁이 임박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어떤 정보도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미국과 북한이 핵전쟁 문턱에 있다고 사실로 가정하는데, 오늘 그 상황에 있다는 걸 보여줄 어떠한 정보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북한 간 긴장 관계 고조를 미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오늘 임박한 것은 없다”고 밝혔고, 북한 김정은과 관련해선 ‘이성적이고 불리한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는 인물’이라며 비교적 긍정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에도 불구, 북미 간 충돌 위험은 여전한 상황이다. 미군 최고 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자세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정, 환태평양경제공동체(TPP) 협정 파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참모들의 조언을 묵살하고 고집을 관철시키는 경향이 강하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자신의 강경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맞서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오바마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폭스뉴스 영상을 소개했다.
대통령의 이런 성향을 의식한 듯 참모들도 외교해법이 실패하면 군사행동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틸러슨과 매티스 장관은 기고문에서 “외교수단을 선호하지만 군사적 선택이 그 뒤에 있다”고 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 역시 “대북 ‘군사 해결책 장전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되풀이하듯 “‘미군은 매일 장전됐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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