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방송 파행 사태를 겪고 있는 MBC 정상화를 위해 ‘해임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안이 시급하고 법률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지배적인 가운데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방송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모순적 처방을 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MBC 사장의) 임기를 무조건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임명’은 ‘임면’을 포함한다고 했다”며 “방통위가 (방문진의) 이사장과 이사를 임명하는 것으로 돼 있어서 임면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사퇴를 포함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의 이사를 임명할 권리가 있다. 이 위원장이 이 임명권을 ‘임면’(임명과 해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정 전 사장의 해임 무효 소송을 일례로 든 것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임기가 남은 정 전 사장을 해임하자 “임기 보장과 KBS 독립성을 위해 사장 임명은 이사회 제청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면’에서 ‘임명’으로 바꾸었다”며 해임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임명 해고 무효 소송에 들어간 정 전 사장은 2012년 대법원으로부터 해임 처분 취소를 확정 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임명권에 해임 권한도 내포돼 있으므로 대통령에게 KBS 사장에 대한 해임 권한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도 밝혔다.
최근 이 위원장이 ‘해임권’ 카드를 언급하면서 여야가 정권이 바뀌자 2008년과 서로 정반대의 논리를 펼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여당이었던 9년 전 정부에 해임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 위원장의) 임면권 발언은 편법”이라며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통위가 해임권을 내세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경영진을 교체하는 나쁜 전례를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방통위는 2012년 대법원의 판결로 방통위에 해임 권한도 있다는 것이 대외적으로 결정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 위원장의 발언은 해임권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신중하게 여러 가지 법적인 부분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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