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참모들, 하달 명단 거부 못해”
야3당 “검증 뒷전 묻지마 인사”
정의당도 “국민 눈높이 맞춰야”
임명 나흘 만에 자진 사퇴한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파동으로 청와대 인사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야당뿐만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다.
야3당은 13일 박 본부장 사퇴 이후에도 문재인정부의 인사가 시스템이 아닌 인연에 의존하고 있다며 맹폭을 퍼부었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각각 논평에서 “대선 캠프 아니면 참여정부 출신 인사에 대한 묻지마 식 중용으로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에 우호적이었던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도 “현재의 인사 시스템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일갈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청와대 인사추천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공직후보자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가감 없이 전달하기보다는, 대통령 의중에 끼워 맞추는 데 급급한 요식행위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열리는 인사추천위는 정책실장, 민정수석, 인사수석 등이 참여해 토론을 거쳐, 인사 추천 이유와 함께 위험 요소가 있을 경우 양쪽의 의견을 병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느 단위에서 반대했는지까지 적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인사추천위가 후보군을 추려나가는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올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본부장도 민정수석실에선 황우석 사태 책임론을 문제 삼아 반대했지만 결국 임명은 강행됐다.
한 여권 인사는 “청와대 참모들이 위에서 내려온 명단에 대해서 거부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부적절한 인사라면 목을 걸고 ‘아니올시다’라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대통령 눈치만 보는 분위기가 문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은 “도덕성과 업무 적합성을 다 갖춘 인사를 찾기 쉽지 않지만, 흠결이 있다면 인사추천위가 보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의견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만들겠다던 고위공직자 인사 추천 기준도 감감무소식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천명한 ‘5대 비리 관련자 원천 배제’ 원칙이 첫 조각 작업에서부터 유명무실해지자, 현실에 맞는 구체적 기준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국정기획자문위에선 관련 TF까지 꾸렸지만 100대 국정과제 보고 내용에서 빠졌고, 추가 발표 여부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말이 없는 상황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