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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인구 조절은 잘못된 생각일까

입력
2017.08.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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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의 일이다. 아이보리코스트에서 온 기자 한 명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물었다. “선진국들은 왜 과거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마셜플랜으로 유럽을 도왔듯이 오늘날 아프리카를 돕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가?”

마크롱의 답변은 장황했지만 대체로 합리적이었다. 그는 전후의 유럽과 달리, 지금 아프리카에 필요한 건 재건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재 아프리카 문제는 보다 복잡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실패나 민주주의 이행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의 바람직한 진보와 높은 경제성장률도 아울러 언급했다.

하지만 마크롱은 소셜미디어의 공분을 초래한 두 가지 언급을 했고, 급기야 인종차별주의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마크롱은 아프리카의 문제들을 언급하면서 ‘문명화’라는 용어를 썼다. 그건 프랑스 등 제국주의 열강들이 당시만 해도 열등하다고 여겨지던 인종들의 땅인 아프리카 등에 대한 ‘문명화의 책무’를 지고 있다는 19세기적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아울러 아프리카에 있는 50여 개국에는 단 하나의 형용사로는 서술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문제들이 혼재한다. 따라서 일부 평론가들은 마크롱의 ‘문명화’라는 수식어 사용이 일종의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한다. 물론 어떤 면에선 아이보리코스트 기자의 질문 프레임 자체가 마크롱으로 하여금 무차별적이고 포괄적인 언급을 부른 측면이 없지 않다.

공격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두 번째 언급은 아프리카의 급속한 인구증가였다. 마크롱은 설사 수십억 유로를 쓰더라도, “한 여성이 일곱에서 여덟 명의 아이를 낳는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은 아프리카 출산율에 대해 왜곡된 인상을 준다. 유엔의 2017년 판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세계 어느 곳에도 여성이 평균 여덟 명에 이르는 아이를 낳는 나라는 없다. 오직 사하라사막 가장자리에 위치한 세계 최빈국인 니제르만이 여성 평균 산아수가 일곱 명을 넘을 뿐이다. 그 다음이 평균 6.6명인 소말리아이고, 아프리카 평균은 4.7명이다.

마크롱에 대한 분노는 발언의 부정확성 때문만은 아니다. 마크롱은 유엔 주최로 1994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인구와 개발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 이래 형성된 금기를 범했다. 당시 컨퍼런스에서는 통계적으로 인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둬온 인구정책을 거부하고, 대신 여성의 건강한 출산을 위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행동 프로그램을 채택했다. 인구 제한 목표는 사라졌고, 대신 출산의 권리가 중요하게 된 것이다.

그런 식의 접근은 이후의 국제회의에서도 주류가 됐다. 카이로 컨퍼런스는 2000~2015년 중 글로벌 개발목표를 설정한 ‘밀레니엄 정상회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고, 2030년까지를 포괄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SDGs)’에도 반영됐다. SDGs는 17개 전략목표와 169개 실천목표에 가족계획과 출산의 권리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물론 그 내용은 여성의 건강과 성평등의 맥락에서 수립된 것이었다. 일각에선 지구촌 일부 지역의 급격한 인구 증가가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와 충돌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다른 편에선 여성이 몇 명의 아이를 낳을지를 선택하는 데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작동시키는 것이 적절하거나 현명하다는 제안을 시도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카이로 컨퍼런스 이래 그런 제안들은 식민주의이거나 가부장적인 구태, 또는 인종차별주의로 여겨졌다. 백인 남성이 흑인 여성에게 아이를 갖지 말라고 말하는 건 금기가 됐다.

잘못된 강제적 인구정책의 선례는 차고 넘친다. 중국의 ‘한 자녀 낳기’ 정책이 그랬고, 인도의 대규모 불임정책이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구 논의의 금기의 합리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앙골라와 브룬디 니제르 소말리아 탄자니아연방공화국 잠비아 등의 인구는 2100년까지 지금의 다섯 배로 증가한다. 현재 2,100만명인 니제르 인구는 금세기 말까지 1억9,200만명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식으로 인구가 급증하면 해당 국가에서 빈곤과 영양부족을 없애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아울러 질 좋은 보통교육이나 기본적 건강보장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엔 가난과 영양부족, 미취학 등이 강제적인 인구정책보다 여성의 삶에 더 절실한 영향을 미친다. 사실 아이를 더 적게 낳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바람을 감안하면 효과적인 피임 수단을 제공하려는 최근의 노력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새로운 기술과 사회제도가 출현해 2,100년까지는 가장 후진적인 나라에서도 전 국민에게 적절한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게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당장은 급격한 인구 증가가 아프리카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총체적 노력의 효과에 의문을 던지게 하고 있다는 지적은 적절하다. 그런 점에서 마크롱이 제기한 관점은 비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교수

프랜시스 키슬링 건강과 윤리, 사회정책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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