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국학정보센터 웹진
‘담談’ 납량 귀양 맞수 등 시사적 테마
조선시대 일기류 237권 창작 소재 구축
“옛 선조들의 일기가 창작자들의 예술혼에 영감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경북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 국학정보센터가 매달 납량(納凉)과 귀양, 인품, 판결, 술, 이색직업 등 조선시대 일기장에 담긴 테마를 중심으로 웹진 ‘담談’을 발간, 창작자들이 문학과 춤, 영화,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심상훈(48) 국학정보센터장은 “2014년 3월 ‘입학, 공부의 시작’을 테마로 시작된 담談은 최근 42호 ‘납량’까지 시사적이고도 계절에 맞는 테마를 구체적 사례와 웹툰 등으로 들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담談에 따르면 납량은 억울한 백성들의 한이 전통 소재다. 영조 당시 경상감사 조재호는 자신의 ‘영영일기’에서 ‘곡식을 빼돌리고 세곡선을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혐의를 받은 두 명이 3년간 10여 차례 혹독한 고문을 당한 후 정신이 혼미해져 감옥귀신이 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19세기 박한광이 쓴 ‘저상일월’에는 경북 예천 관아 동헌에 귀신이 자주 등장, 관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심 센터장은 “조선시대 백성들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무당을 자주 찾았고, 사대부들은 무당에 의존하는 백성을 비난하면서도 깊이 의존하는 이중성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담談 41호의 테마인 귀양을 보면 귀양살이에도 유배인의 배경과 권세에 따라 금수저와 흙수저가 따로 있었다. 순조 대의 ‘심노숭’은 유배지에서 사용할 금전 27냥을 마련했으나 압송관의 노잣돈 요구에 2냥을 지불하는 등 금품을 빼앗겨야 했다. 또 정조 대 주색잡기로 국고를 탕진, 추자도로 유배간 ‘안조환’은 숙식을 제공할 보수주인(保授主人)을 지정받지 못해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는 등 서러운 대접을 받았다.
반면 북청으로 유배간 ‘이항복’은 병마절도사로부터 집과 노비까지 제공받았고, 경종 대의 윤양래는 복직 가능성이 높아 유배지 수령으로부터 받은 금품의 무게를 말이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지기도 했다.
심 센터장은 “대선이 있었던 5월에는 ‘맞수’, 새 정부가 한창 인선에 돌입했던 6월에는 ‘인품’ 공직사정 기운이 팽배한 7월에는 ‘귀양’, 무더위 8월에는 ‘납량’ 등 시의성있는 테마를 다뤘다”며 “한국국학진흥원이 2011년부터 운영 중인 스토리 테마파크(story.ugyo.net)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37권에서 3,670건의 창작 소재가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대구지역 창작자 4명이 스토리 테마파크의 병자호란을 소재로 ‘그리움의 거리, 이천백리’라는 미디어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설치미술과 한국무용, 미디어아트, 해금으로 협업 공연을 한 것이다.
9명의 전문가들이 일하는 국학전문센터는 옛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통문화 콘텐츠와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출판도서를 관리하면서 기록자료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심 센터장은 “창작자들이 담談을 통해 매달 전달되는 조선시대 일상의 기록을 창작물에 많이 활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동=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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