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김 후보자가 딸의 재산 증식 과정에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여당은 김 후보자를 엄호하면서 정책 현안에 대한 답변 기회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야당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딸 민모(35)씨는 1억9200만원 정도의 예금과 2억9500만원 상당의 오피스텔(전세금 2억5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씨의 예금은 2007년 4600만원에서 10년 사이 1억5000만원 가량 늘었지만 민씨는 해당 기간 중 6개월간 국회 인턴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근로소득 등 기타 소득이 없었다.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을 뿐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증여세 면세 범위(5000만원) 안에서 오피스텔 매입비용 4500만원을 지원했을 뿐 친척들로 받은 세뱃돈과 용돈·과외비·연구조교 장학금 등으로 딸의 재산이 늘었다고 해명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 맞췄을 때 어떻게 근로소득 없이 (재산이) 증가할 수 있었는가"라며 "용돈과 알바로는 설명이 안 되고 재산 형성에 후보자 증여가 큰 역할 한 걸로 보이는데 답변을 달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김 후보자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모았어도 1억이 넘는 증여세가 발생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저희 집안에 딸이 하나고 남편 집이 5남매라서 집안이 다 모이면 20명이 넘는다"며 "설이나 명절이 되면 200만~300만원씩 세뱃돈을 모아 통장이 18개가 됐다. 그럼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해명해 눈길을 끌었다.
또 "딸이 한 해 평균 2000만원 이상 소비했음에도 현금 자산이 1억5000만원 가량 증가한 것에 대한 해명과 증여 여부를 솔직히 말해 달라"는 신 의원의 요청에 김 후보자는 "제가 20살부터 직장생활을 했고 시어머니를 모시는 상황에서 애가 살림을 도맡았다"며 "(애가) 가족카드로 장을 다 봤다. 그 신용카드로 한 달 생활비를 쓰고 식품을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석춘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13년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달리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에 동참했다.
장 의원은 "지금 딸 문제로 후보가 대응하는 것이 그 당시 후보와 똑같은 꼴이다. 개인정보 제공 부동의로 제출을 거부한 자료가 100건이 넘는다"며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아이가 지금 미국에 있다"며 "아이가 동의 안하면 통장 내역 (발급)을 부모도 할 수 없음을 이번에 알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청년취업 문제가 불거져 있지 않느냐"며 "고시원에서 컵밥 먹어가며 취업 준비하는 청년이 볼 때는 딸이 나이는 있지만 경제활동을 거의 안 했는데 재산이 많은 것에 대해 상당히 박탈감을 느낄 거 같다"고 입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청년의 고용절벽이 심각한 시절에 제가 아무 생각 없이 (딸이) 한 30년 모은 용돈이 그리 됐다고 얘기한 것은 굉장히 부끄럽다"면서 "이런 문제가 앞으로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잘하겠다"고 사과했다.
김 후보자는 '딸 예금과 관련해 제대로 소명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할 필요가 있다'는 김 의원의 지적에 "지금 아이가 동의서를 보내왔다"며 "지금 총 잔액에 대해서 증여세를 다 납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를 옹호하는 데 주력했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환노위원장 재임 당시 여야의 대립을 조정해 근로자 보호 법안이 충분히 논의되기 어려웠지만 다수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노력을 했다"며 "전직 농구선수였던 만큼 소득 주도 성장 3점 슛 골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용득 의원도 딸 증여세 탈루 의혹과 관련해 "집이 원래 잘 살았죠"라며 "딸에 대한 가족의 애정이 상당한 것 같다. 용돈도 두둑이 줬을 것이고 일반 청년들의 지금 처한 상황과는 달랐으리라고 본다"고 옹호했다.
단 이 의원은 "내 자식에 대한 모든 것을 탈법적으로 대우를 해준다면 일반 청년들이 상당히 좌절감을 느낄 것"이라며 "증여세 탈루 부분은 처음 알았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세금 낼 것은 내고 공직자로서 합법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친조카를 의원실 인턴으로 채용한 것도 문제가 됐다. 김 후보자는 신보라 의원의 지적에 "기간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국정감사 앞두고 인턴으로 일하다 바로 그만 뒀다. 친인척 문제는 19대 후반기에 불거졌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여당 의원의 엄호 속에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과로사 문제'를 지적한 신창현 의원에 대해 "우리나라도 현장의 붕괴도 줄이고 사회갈등 줄이려면 정부차원의 대책을 만들어 OECD에 맞는 대한민국 근로기준이나 노동환경법을 개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단 "과로사 산업재해 인정 기준이 2008년 개정됐기 때문에 지금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는 'MBC 블랙리스트를 노동부가 들여다봐야 한다'는 강병원 의원의 물음에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나가 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건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면서 "불법이 드러나면 고발, 고소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TF를 9월 중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이 전혀 없다'는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적에 "그래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TF를 구성중이며 9월중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노위는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난 직후인 오후 6시30분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보고서 채택의 건을 의결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면서 '현역 불패 신화'가 다시 확인됐다.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인사청문회장에 섰던 현역 의원이 낙마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김 의원은 3선 현역 의원이다. 문재인 정부 5번째 현역 의원 출신 국무위원 후보자이기도 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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