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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에어컨 온도

입력
2017.08.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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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온도 설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이 자주 있다. 유난히 더위를 타는 사람이 설정 온도를 낮추면 춥다고 올리는 사람이 나온다. 내렸다 올렸다 몇 합을 겨루다가 말다툼까지 벌인다. 더위 타는 데는 개인차도 있지만 남녀 차이가 뚜렷하다. 승강기, 공조기 등을 설치ㆍ관리하는 일본 미쓰비시전기 빌딩테크노서비스에서 최근 20~60대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에어컨 적정 온도를 조사했다.

▦ 사무실의 에어컨 설정 온도는 25~28도가 다수였는데, 설정 온도별로 남자의 경우 25~27도에 ‘딱 좋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28도는 절반 정도가 ‘약간 덥다’고 했다. 그런데 여자는 25~26도의 경우 ‘약간 춥다‘는 사람이, 27, 28도는 ‘딱 좋다’는 사람이 많았다. 남자는 덥다고 에어컨 온도를 내리려 하고, 여자는 춥다고 온도를 올리는 이유는 뭘까. 체중, 근육량 등이 달라 기초대사량에 차이가 나서 몸의 발열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몸무게 70㎏인 30ㆍ40대 남자의 하루 평균 기초대사량은 1,670㎉인데 57㎏인 같은 나이 여자의 대사량은 1,320㎉다. 생리 구조는 말할 것도 없고 체격에서도 남녀 차는 엄연하다.

▦ 미국 저술가 존 그레이는 신체만이 아니라 남녀는 사고방식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런 차이를 그는 “남자들은 화성에서 오고 여자들은 금성에서 왔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그레이는 단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언어가 다르다고 말한다. 여자가 “당신은 내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군요”라고 말했다고 하자. 이때 ‘전혀’는 그 순간 자기가 느낀 좌절감의 과장된 표현일 뿐이다. 하지만 남자는 “어리석게도” 이런 표현이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먼저 따진다는 것이다.

▦ 최근 구글에서 한 엔지니어가 남녀는 생물학적으로 능력 차가 난다는 메모를 작성했다가 “성 고정관념을 전파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는 이 글에서 “생물학적으로 남녀는 서로 다른 능력과 선호가 있고 IT 산업과 리더십 분야에서 여성이 평등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라며 “남녀 임금 차이를 성 차별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 CEO의 지적대로 ‘선’을 넘었지만, 남녀 차별 임금 체계라는 미 노동부 지적을 받은 구글 자체가 이런 비판에서 얼마나 자유로울지 의문이다.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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