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31ㆍ자메이카)가 불참한 남자 육상 200m의 주인공은 ‘포스트 볼트’ 웨이드 판 니케르크(25ㆍ남아공)도, 식중독 불운을 딛고 기어이 결선에 오른 시즌 랭킹 1위 아이작 마칼라(31보츠와나)도 아니었다.
아무도 예상 못했던 터키의 라밀 굴리예프(27)가 이 종목을 제패했다.
굴리예프는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20초09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1995년 마이클 존슨(50ㆍ미국) 이후 22년 만에 남자 200m와 400m 석권을 노렸던 니케르크는 굴리예프에 0.02초 차 뒤진 20초11로 2위에 자리했다. 니케르크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20초11의 같은 기록을 낸 제림 리처즈(23ㆍ트리니다드 토바고)는 사진 판독 결과 3위로 밀렸다.
굴리예프는 접전 끝에 이변을 일으켰다.
니케르크가 직선 주로에 진입하며 선두로 나섰고, 결승선 30m까지 가장 빨리 달렸지만 굴리예프의 막판 스퍼트는 폭발적이었다. 그는 니케르크, 리처즈를 제치고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에 도달했다.
전문가 중 굴리예프를 200m 우승 후보로 꼽는 이는 없었다.
그는 아제르바이잔 국기를 달고 참가한 2009년 유럽 주니어육상선수권 남자 200m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터키로 국적을 바꾼 뒤 등장한 성인 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는 5위, 지난 해 리우 올림픽에서는 8위에 그쳤다.
하지만 강력한 우승 후보 니케르크와 막판 스퍼트 대결에서 우위를 보이며 터키 육상 사상 최초로 200m에서 메달을 따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과 자메이카 태생이 아닌 선수가 남자 200m 우승을 차지한 건 2001년 에드먼턴 대회 콘스탄티누스 켄테리스(그리스) 이후 16년 만이다.
식중독으로 200m 예선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예외를 인정해 ‘나홀로 예선 레이스’ 끝에 극적으로 200m 결선에 나선 마칼라는 20초44로 6위에 머물렀다. 일본의 사니 브라운 압델 하키무(18)는 20초63으로 7위에 그쳤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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