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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동안 7,000원 벌어서 돈까스 하나 사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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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동안 7,000원 벌어서 돈까스 하나 사먹었죠”

입력
2017.08.1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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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혁 ‘붕돈’ 대표(오른쪽)가 친형인 변종한씨와 함께 직접 만든 수제 돈까스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변종혁 ‘붕돈’ 대표(오른쪽)가 친형인 변종한씨와 함께 직접 만든 수제 돈까스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외국인 단골이 많았어요. 일주일에 두세 번 오는 분들도 있었어요.”

2015년 여름이었다.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부부가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과 함께 서문시장에 있던 변종혁(38)씨의 가게를 방문했다. 통역을 맡은 한국인의 말은 이랬다. “돈까스가 너무 맛있단 말을 전하 싶은데 한국어가 짧다고 나와 같이 가자고 했다. 맛의 비결을 알고 싶다.” 변 대표는 “고기 밑간과 튀기는 온도, 그리고 시간이 비결”이라고 했다.

“적절한 온도와 타이밍에 끄집어내지 못하면 고기가 덜 익거나 너무 익어서 기름이 스며듭니다. 그 타이밍을 찾아내는데 반년이 걸렸습니다. 그런 노력을 알아주니 정말 반가웠죠.”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인근 미군부대에서 보좌관을 두고 있을 정도로 고위직이었다. 맛의 비결을 듣고 난 후 친구들도 많이 데려왔다. 한꺼번에 50명의 외국인이 들이닥친 적도 있었다.

장사 비결 중의 하나가 새로운 메뉴 도입이었다. 치즈 돈까스를 대구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치즈 돈까스를 맛보러 오는 식당 업주도 많았다. 변 대표는 “차별화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고기와 치즈를 어떻게 어우러지게 할 수 있는지 온갖 연구를 다 했습니다. 몇 달을 연구한 끝에 고기와 치즈의 적절한 두께, 튀기는 온도와 타이밍을 찾아냈죠.”

절박했다. 무일푼으로 서문시장 상가에 들어와 떡볶이집을 시작했지만 월세도 빌려서 내야 했을 만큼 장사가 안 됐다. 돈까스를 새로 시작하고서야 일일 매출 30만원을 겨우 돌파했다. 그러나 거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빚이 너무 많았다. 빚을 청산하려면 새로운 메뉴로 매출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했다.

“거기서 일어서지 못하면 죽는다는 생각이었어요. 장사를 시작한 뒤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거든요. 게다가 식당에 어머니와 형도 가세했기 때문에 내가 주저앉으면 온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는다는 각오였어요.”

처음 장사를 시작한 건 스무 살 무렵이었다. 막창집을 열었다. 밤을 새우다시피해서 번 돈으로 서울에 올라가 뮤지컬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학교 생활도 힘들었다. 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그렇게 7년을 버티다가 결국 꿈을 잠시 보류하고 대구로 내려왔다.

“어머니가 몸이 갑자기 안 좋아지셨어요. 폐가 1/3밖에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숨 쉬기도 힘든 어머니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어요.”

옷 가게를 열었다. 여자 친구가 옷에 관심이 많았고, 학교를 다니면서 지역 상인들의 주문을 받아 동대문에서 옷을 떼서 배달하는 일을 했었다. 한때는 가게를 두 개나 열 정도로 호황이었지만 불경기가 찾아왔다. 여자 친구도 떠났다. 일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이 고물상이었다.

“육체 노동이라서 열심히만 하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좋을 땐 좋더라도 운대가 안 맞으면 사정없이 무너지는 분야더군요. 한창 값이 좋을 때 구리를 사모았다가 얼마 안 가 가격이 뚝뚝 떨어지는 바람에 빚만 졌죠.”

빚은 고사하고 당장 먹고 살 길부터 찾아야 했다. “과자라도 떼서 팔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시장 안을 둘러보다가 운명처럼 떡볶이 가게 자리를 보게 됐다.

“딱 네 평짜리였는데 너무 탐이 나더라고요.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지만 뭔가에 홀린 듯이 임대문의라는 문구 옆에 붙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어요.”

아무런 희망 없이 건 전화였지만 절박한 심정이 전해졌는지 ”돈을 벌어서 갚을 자신이 있다면 장사를 해보라”는 말이 돌아왔다.

“드디어 터널의 끝이 보이는구나 싶었죠. 하지만 아니었어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경쟁상대가 너무 많았어요. 노점에 떡볶이며 납작만두가 즐비했어요. 제 가게가 있는 식당가까지 떡볶이를 사먹으러 오는 사람은 없었어요.”

차를 팔았다. 차비를 아끼려고 황금동에서 서문시장까지 걸어 다녔다. 하는 수 없이 걸어 다닌 것이었지만 그 덕분에 길을 발견했다.

“한번은 칠성시장 쪽으로 둘러 걸었어요. 시장을 돌아보면 뭔가 아이템을 발굴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그때 돈까스를 발견했어요. 생각보다 원가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판매대에 올려놓자마자 팔리더군요. 저거다 싶었죠.”

돈까스를 시작하고도 여전히 장사는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얻은 건 있었다. 주변 상인들의 인심이었다. “장사는 안 돼도 정말 열심히 하는 청년”이라고 소문이 났다. 동생뻘 되는 상인은 월세가 밀리자 선뜻 1,000만원을 빌려주기도 했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분식점 사장은 “음식은 정성”이라면서 손님들에게 수제 돈까스를 권하기도 했다.

“돈까스는 튀기는 기술이 엄청 중요합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죠. 잘하는 집에 가서 먹어보기도 해야 하는데, 사흘 동안 7,000원을 모아서 돈까스를 하나 사먹으러 갔었죠. 그렇게 저만의 돈까스를 만들어갔습니다.”

치즈 돈까스. '붕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치즈 돈까스. '붕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물꼬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그 자리에 들어온 지 2년, 돈까스를 시작한 지 반년쯤 지났을 무렵에 병색이 완연한 할머니 한 분이 며느리와 함께 가게에 들어왔다. 원래 옆집에 왔는데 손님이 너무 많아서 하는 수 없이 그의 가게로 온 것이었다. 돈까스 하나를 시키더니 할머니가 혼자가 그걸 다 먹었다. 며느리가 뿌듯한 표정으로 변 대표에게 “어머니가 음식을 드신 게 열흘 만”이라고 했다.

다음 날 동산병원에서 돈까스 열개를 시켰다. 그 할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실 손님들이 단체로 돈까스를 주문한 거였다. 그렇게 조금씩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옆에 비어 있던 가게를 확장해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일일 매출이 80만원에 닿을 즈음 어머니와 형님을 가게로 불렀다. 온 가족이 돈까스에 올인하기로 했다.

“하루는 어떤 여자분이 가게 앞에서 저한테 이렇게 물어요. ‘여기 서있으면 되지요?’ 하구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드디어 우리 가게에도 손님이 줄을 선 거지요. 그 뒤로 사람들이 조금씩 줄을 서더라고요. 그게 얼마나 신기했던지 몰라요. 너무 너무 행복했죠.”

사활을 걸었던 치즈 돈까스가 성공하면서 콘크리트 같던 일일 매출 80만원 선도 뚫렸다. 통상 오후 6시까지 영업을 하지만 일요일에는 오후 2시에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고 일일 판매 기록은 250만원이었다. 통장에 돈이 고이면서 빚도 갚아 나갔다.

지난해 12월에는 대구보건대 인근으로 가게를 옮겼다. 확장 오픈이었다. 6개이던 테이블이 18개로 늘었다. 메뉴도 조정했다. 4인 가족이 먹기에 딱 적당한 ‘가족 메뉴’를 새롭게 내놓았다.

“가족이 와서 식사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가족을 생각하면서 만들다 보니 음식에도 애정이 듬뿍 담기는 것 같구요. 최고의 가족 외식 코스로 사랑받고 싶습니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꿈도 아직 버리지 않았다. 뮤지컬 배우로서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작은 역할이라도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장사에 집중하라는 분도 있는데 전 어머니와 형이 있으니까요. 가게를 든든히 지키고 있어요. 처음엔 서빙부터 배운 형도 이제는 저를 능가하는 수제 돈가스 전문가가 다 됐거든요. 제가 조금 끼를 부려도 될 만큼 붕돈은 든든합니다, 하하!”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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