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인 발언 비판에 정면 반박
미국의 대북 핵 공격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돼 파문을 낳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해 백악관이 9일(현지시간) ‘미리 신중하게 검토된 발언’이라고 발표했다. 즉흥적ㆍ감정적 발언이라는 야당과 주류언론의 비판을 일축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최후 카드’ 사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뉴저지주 대통령 휴가지에서 백악관 기자들에게 “존 켈리 비서실장과 국가안보회의(NSC) 참모들은 대통령 발언의 수위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 단어(화염과 분노)들은 대통령이 선택한 것이지만 발언 강도는 충분히 협의됐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에서는 샌더스 대변인이 먼저 기자들을 찾아와 ‘화염과 분노’ 발언의 진의를 설명한 점으로 미뤄 대통령 직접 지시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일부 백악관 참모의 대북 유화적 발언을 토대로 민주당과 주류언론이 ‘즉흥적 발언으로 전쟁 위험을 높였다’고 비난하고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이 정면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휴가지 오찬 자리에 일부러 취재진을 불러 들인 뒤 ‘화염과 분노’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황상 백악관 해명대로 잘 계산된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에도 ‘”지금 대통령의 최대 자산은 불확실성”이라는 폭스뉴스 진행자 메시지를 리트윗, 대북 긴장수위를 극도로 끌어올린 일련의 발언이 의도된 것임을 내비쳤다.
한편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해 이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한 백악관 고문을 인용해 “백악관 내 다른 관리들도 사전에 그 발언을 알지 못했다”며 계산된 발언이 아닌 즉흥발언(impromptu)라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도 발언 당시 대통령 앞에 놓인 문서는 마약성 진통제 남용 관련 보고서였다며 “완전히 즉흥적”이었다고 전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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