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ARF 자격 박탈 논의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 안돼”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린 피추완(69) 전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 사무총장은 “대북 제재는 하더라도 대화 채널을 열어 놓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린 전 총장은 7일 태국 방콕에서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번 마닐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일부 국가들이 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도발을 일삼은 북한의 자격 박탈 문제를 들고 나왔다”며 “‘자격 박탈’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북한의 유일한 외부 통로인 ARF까지 북한을 고립시키면 더 나쁜 결과를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최근 북한의 ARF 회원국 자격 박탈을 하는 사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ARF는 최종적으로 북한의 ARF 참여자격을 박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또 “북한문제와 남중국해 분쟁 문제가 해결돼야 결국 아세안이 발전할 수 있다”면서 “ARF 등을 통해 아세안이 역내 분쟁 해결과 긴장 완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 방안으로 그는 1년에 한번 열리는 ARF 개최 회수를 늘릴 것을 제안했다.
2008~2012년 아세안 사무총장을 역임한 그는, 당시 6자 회담을 아세안을 포함한 7자 회담으로 확대를 추진하는 등 한반도 문제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인물이다. 2000년 7월 태국 외무장관으로 재직할 때는 북한을 ARF 회원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목소리가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아세안 국가가 북한을 감싸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 그는 “북한과 가까운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미얀마,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특수성이 반영된 현상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현안에 대해 2022년부터 아세안도 하나의 그룹으로 뭉쳐서 공통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미국에 대북적대정책 포기를 주장하는 북한과 선(先) 핵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과 관련, 그는 “어떤 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결국 더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면서 출구를 찾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방콕=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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