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agent’는 대리인, 중개인, 요원, 행위자, 행위체 등의 뜻을 지닌다. 베트남 전의 고엽제가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로 불린 것은, 약물이 담겼던 드럼통이 오렌지 색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무심하고 기능적인 이름은 원래 미국의 베트남 정글 고사작전 ‘랜치 핸드 작전(Operation Ranch Hand)’의 주역이던 고엽제의 암호명이었다.
네이팜탄과 함께 베트남전의 가장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무기로 꼽히는 에이전트 오렌지가 1961년 8월 10일 무렵 최초로 살포됐다고 한다. 미군이 베트남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한 것은 1964년 통킹만 사건 직후였지만, 50년대 중반 경제원조 및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무렵부터 군사고문단 등의 형태로 전쟁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미국은 자신들이 치러야 할 전쟁의 최대 변수가 베트남의 정글임을 일찌감치 파악했을 것이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맹독성 다이옥신 화합물로, 일반적 제초제와 달리 미 국방부가 화학업체 다우케미컬과 몬산토를 통해 처음부터 군수품으로 납품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미군은 1962년부터 71년까지 약 10년간 6,542회 작전으로 2,000만 갤런(8,000만 리터)의 제초제와 고엽제를 살포했다. 주로 헬기나 프로바이더 저공비행 항공기 살포였고, 트럭이나 보트, 어떨 땐 농부가 농약 뿌리듯 군인이 분사통으로 작업하기도 했다. 에이전트 오렌지가 주로 쓰였지만, 화이트 퍼플 핑크 그린 블루 등 용도별로 다양한 화학물질도 있었다. 62년부터 살포된 ‘에이전트 블루’는 벼 등 농작물을 말려 죽이는 거였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직접적 살상무기는 아니었지만,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다. 베트남 숲과 농지 등 310만 헥타르가 황폐화했다. 최소 400만 명이 독성에 노출돼 최대 100만 명이 암, 신경계 장애 등 다양한 질병과 장해, 기형아 출산 등 피해를 입었다. 미군과 한국군 피해도 적지 않았다.
다이옥신의 인체 독성 실험은 전쟁 직후 이뤄져 70년대 말에야 사용이 중단됐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베트남과 인근 인도차이나뿐 아니라 남미와 동남아시아, 한국 등 미군이 주둔하거나 작전을 한 태평양지역 여러 나라에서 쓰였고, 사용이 중지된 뒤 석연찮은 방식으로 폐기됐다는 의혹도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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