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등 5개 지방교육청 초등 교사 미달
“수도권 다시 늘면 지역 학생들 원정시험”
“서울이 (초등 임용에서) 적게 뽑으면 지방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는 글이 많네요. 솔직히 죽어도 시골은 싫습니다.”(페이스북 서울교대 대나무숲)
“교육부가 서울 임용 정원 확충을 재검토 한다는데, 지방 시험 응시자 미달이 반복될까 우려됩니다.”(한 도교육청 관계자)
교육대학(교대) 학생들이 2018학년도 초등교사 임용 인원 축소로 ‘임용절벽’이 현실화했다며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다수 지방 교육청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방의 초등 임용시험 지원자가 모집인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수도권 임용 정원이 다시 늘면 지역 교대 학생들이 대거 수도권 ‘원정 시험’에 나서게 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임용의 양극화다.
9일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낸 초등 교원 인사(내달 1일자 발령)에서 신규 교사 수 부족으로 당초 계획(68명)보다 42명 적은 26명만 발령했다. 17개 시ㆍ군에서 병가와 출산, 정년퇴임, 수도권 유출 등에 따른 교원 결원으로 최소 68명의 교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올해 임용된 108명의 신입교사 중 82명이 이미 3월 인사와 지난달까지 생긴 긴급 결원 보충 분으로 발령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강원은 최근 3년 간 초등 임용시험 지원자가 모집 인원에도 한참 못 미친 탓에 임용유예자 등 대기 교원도 적어 공급체계가 사실상 마비됐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지역 내 교사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서울 등 수도권 초등 임용 정원이 대폭 줄면 지역에서 시험을 치르는 인원이 늘 것으로 기대했는데 수도권 정원이 재조정된다니 눈 앞이 깜깜하다“고 털어놨다.
강원을 포함해 최근 3년 간 초등 임용시험에서 모집인원에 비해 응시인원이 미달된 곳은 충북ㆍ충남ㆍ전남ㆍ경북도교육청 등 모두 5곳에 달한다. 미달 규모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들 5개 도교육청의 총 지원 미달자 수는 2015학년도 316명에서 2016학년도 583명, 그리고 2017학년도에는 820명으로 치솟았다. 2017학년도의 경우 강원 지역의 임용시험 합격 경쟁률은 0.49대 1에 불과했고, 충북이 0.56 대 1, 충남 0.48대 1, 전남 0.70 대 1, 경북 0.73대 1 수준에 머물렀다.
상황이 악화하자 이들 교육청은 신규교원 유인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해 초등교원 신규임용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지역 내 춘천교대와 공동으로 ‘연어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강원 출신 학생이 춘천교대에 진학하는 비율을 늘려 졸업 후 다시 강원 지역 교사로 발령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으로, 수시 지역인재전형을 56명에서 72명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충남도교육청도 공주교대와 협력해 현재 20명 수준인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을 2019년까지 7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이렇게 키운 인재들이 수도권에서 시험을 치러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이들 교육청의 설명이다.
정부 차원에서 실시하는 ‘지역 가산점’ 정책도 효과가 미미하다. 현재 각 교육청은 초등 교사 임용 시험에서 관할 지역 교대 졸업자에게 1~3점(100점 만점)까지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는데, 시험 점수로 따지면 1, 2문제 차이여서 수험생들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 한 수도권 교대 교수는 “시골 학교여서 근무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커 가산점 3점 때문에 선뜻 지방 학교를 택하는 졸업생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간 교사 수 불균형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인 만큼 서둘러 실질적 방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기선 카톨릭대 교직과 교수는 “각 지역 교육청의 고군분투만으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긴 힘들기 때문에 범부처 차원의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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