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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경 美 통수권자… 외교장관은 “임박한 위협 없다”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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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경 美 통수권자… 외교장관은 “임박한 위협 없다” 진화

입력
2017.08.0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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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감정 실린 반응” 관측 속

“핵 타격 암시” 해석도 많아

美민주 “과장된 언급 도움 안돼”

언론도 “긴장 수위만 높여” 우려

틸러슨 “김정은 언어로 전달…

미국인들 발 뻗고 잠자도 된다”

위협적 언사 실시간 중계에

미국 내 대북경계심 높아져

“북한은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여름 휴가지인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한 초강경 대북 발언 수위를 놓고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월 “북한 정권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 그 인내심은 끝났다(블룸버그통신 인터뷰)”고 경고한 적은 있지만 이날 발언은 “역사상 유례가 없다(AP통신)”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경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김정은 북한 정권이 미국에 가한 험악한 발언들에 대해 다분히 감정을 실은 반응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날 아침 그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1시간 이상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모종의 조치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고에도 불구,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는 등 핵 보유국 지위에 한 발 다가서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핵공격을 포함한 군사행동’이라는 최후 수단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지려 했을 수 있다. 그는 9일에도 트위터에 “대통령으로서 첫 번째 명령은 핵무기를 개조하고 현대화하는 것이다. 이 힘을 쓸 필요는 결코 없겠지만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아닐 때는 없다”고 적어 북한을 재차 압박했다. 워싱턴 관계자는 “예상되는 북한의 다양한 군사 도발 시나리오에 맞춰 미국이 핵 공격까지 포함한 엄청난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발언이 ‘대북 핵타격’을 암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댄 파이퍼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대한 핵공격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는 위협을 했다는 사실을 얼버무리지 말라”고 비판했다. 그가 이날 발언을 핵위협으로 여긴 이유는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like the world has never seen)”라는 발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일본에 핵 투하 후 남긴 “이 지구가 여태껏 보지 못한 파괴의 비(a rain of ruin from the air, the like of which has never been seen on this earth)”라는 표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진짜 속내가 어떻든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발언이 공개되자 야당인 민주당과 평소 비판적이던 주류 언론은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중진인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한반도 상황에 대통령의 과장된 언급은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도 “위대한 지도자는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적을 협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는 “북한과 똑같은 언사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였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틸러슨 장관은 9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뒤 귀국길에 괌에 들러 “대통령의 언급은 외교 언어를 모르는 김정은이 이해하는 언어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은 발 뻗고 잠을 자도 된다”며 임박한 위협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 CNN은 “백악관이 계속 북한에 복합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충동적이고 행동 예측이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정권이 위협적 언사를 주고 받는 장면이 실시간 중계되면서 미국 사회의 불안감과 대북 경계심은 크게 높아졌다. 줄곧 상승세를 타던 뉴욕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장중 내내 오름세를 유지하던 다우지수는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터져 나온 직후 하락 반전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북한을 군사적으로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 역시 확산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전쟁 상황에서나 나올법한 대통령 발언으로 불안심리가 고조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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