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방문 ‘찾아가는 대통령’ 기획
잇단 행사 호평 받으며 건재 과시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건강보험 보장강화 정책 발표 장소로 서울 서초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을 택했다. 대통령이 정책과 직결되는 현장을 찾아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새 정부의 정책을 소개하는 ‘찾아가는 대통령’ 컨셉트의 연장이다. 행사 기획은 여성비하 논란에 휘말린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담당이어서 그의 건재도 여전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찾아가는 대통령’ 행사는 문재인 정부의 탈권위주의를 상징하는 행사다. 문 대통령이 5월 12일 취임 후 첫 현장방문지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정책 간담회를 진행한 게 시작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 달 15일에는 ‘찾아가는 대통령’ 두 번째 시리즈로 서울 양천의 은정초등학교에 열린 ‘미세먼지 바로 알기 방문교실’에 참석해 “전국 1만1,000개 초ㆍ중ㆍ고에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 방침을 밝히는 등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6월 2일에는 서울 세곡동 서울요양병원을 방문해 치매 환자와 그 가족, 간호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들의 애환과 어려움을 들었고 같은 달 7일에는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해 소방공무원 증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찾아가는 대통령 행사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의 ‘대통령 정체성’(PI)를 상징하는 핵심적 행사이기도 하다. 탁 행정관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문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나야 하는지, 어떻게 인사하는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탁 행정관은 지난달 18일 “조만간 청와대 생활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튿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 현장에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탁 행정관이 기획한 이날 행사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튿날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국정과제) 내용도 잘 준비 됐지만, 전달도 아주 산뜻한 방식으로 됐다”며 이례적으로 칭찬했고,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탁 행정관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어 지난달 27,28일 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호프 미팅’ 및 찾아가는 대통령 행사 기획을 잇따라 다시 주도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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