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안철수 전 대표의 8ㆍ27 전당대회 출마를 둘러싼 내부 분열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비(非)안철수계 의원들은 지도부의 경고와 안 전 대표의 확고한 출마 의지에도 불구하고, 천정배ㆍ정동영 의원의 후보 단일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등 여전히 결사 항전 태세를 거두지 않았다. 경쟁이 당연한 선거전지만, 비안계의 수위 높은 반발이 장기화되면서 전당대회 이후에도 국민의당이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황주홍ㆍ장병완 의원 등 비안계 의원들은 8일과 9일 천정배ㆍ정동영 의원 측에 지속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가 출마를 강행하는 이상, 두 후보가 힘을 합쳐 안 전 대표의 당선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후보 당사자들은 이날까지도 단일화 요구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민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당원연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다면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서도 “아직 후보 등록도 안 했다”는 원론적인 말로 여전히 단일화 여부를 고민 중임을 시사했다. 반면 천 의원은 이날 안 전 대표에게 공개 끝장토론을 제안하는 등 단일화보다 완주 의지에 일단 방점을 찍었다.
애매한 두 후보의 입장 속에서도 비안계는 10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는 후보 등록 기간에 추가 설득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두 후보는 모두 첫 날인 10일 후보 등록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비안계 핵심 관계자는 “두 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지금 받아들이면 당원들에게 출마 완주 의사가 없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 같다”며 “공식 선거전에서 진행될 토론회 등 변수도 있고, 1차 투표 전 단일화를 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어 설득은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비안계에 재차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내홍 수습에 애썼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선당후사를 밥 먹듯 외치던 당직자들이 이 중대한 시점에서 전당대회와 관련된 선거 관련 직책을 헌신짝 던지듯 던지는 게 과연 책임 있는 당직자의 자세인가”라며 전날 전당대회 준비위원장 자리를 사퇴한 황주홍 의원 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비대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후임 전준위원장에 선거관리위원장인 김관영 의원을 겸직 임명했다.
한편 안 전 대표는 10일 오전 직접 후보 등록을 한 뒤 오후 광주 시의회를 찾아 본격적인 호남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당원의 절반 이상이 밀집한 호남에서 출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해, 이를 조기에 돌려놓지 못한다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어려운 싸움을 벌일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천 의원은 안 전 대표에 앞서 광주의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안 전 대표의 명분 없는 출마가 당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호남 적통이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호남에 집중하는 두 후보와 달리, 정 의원은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정치의 재구성’을 주제로 정치대담을 열고, 자신만의 혁신방안을 발표한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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