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타 현 대통령 당선 유력하자
야당 후보 “선거결과 해킹” 불복
개표반발 시위대에 경찰 발포
케냐 대선이 끝내 유혈충돌로 얼룩졌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숙명의 라이벌’ 라일라 오딩가 전 총리를 누르고 연임이 유력하지만 오딩가 후보가 “선거결과가 해킹됐다”는 주장을 펴면서 3명이 숨지는 등 반발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9일 케냐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BC)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90% 개표가 종료된 가운데 여당 측 주빌리당의 케냐타 후보는 약 54%의 표를 얻어 44% 득표에 그친 야당연합 국민슈퍼동맹(NASA)의 오딩가 후보에 앞섰다. 두 후보의 격차는 약 140만표에 이른다.
하지만 오딩가 후보가 IEBC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선거 불복 논란은 재연됐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해커들이 선거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오류를 만들었다”며 “현재 발표되고 있는 선거 결과는 조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직전인 지난달 29일 숨진 IEBC의 기술담당 크리스 음산도의 아이디가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오딩가 후보는 2007년과 2013년에도 대선에 출마했지만 선거부정 때문에 패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2007년 대선에서는 개표부정 시비가 종족분쟁으로 비화돼 급기야 유혈사태로 이어졌다. 케냐타 대통령과 윌리엄 루토 부통령은 인종살해 배후 조종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을 받았으나 증거불충분으로 공소가 기각됐다.
이번 대선 역시 결국 피를 불렀다. 수도 나이로비 마다레 지역에서는 경찰이 개표 결과에 반발한 시위대에 발포해 2명이 숨졌다. 남부 키시카운티에서도 오딩가 지지자들이 거리 시위를 하다 경찰과 충돌해 1명이 총에 맞고 사망했다.
전날 투표 당일까지만 해도 케냐 선거는 대체로 평화로웠다. 유권자들은 8일 오후 5시 투표시간이 공식 종료된 후에도 투표소 밖에 줄을 길게 늘어서 주권을 행사했다. 북부 투르카나현 일대에서는 폭우로 투표소 개방이 지연되자 투표시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인터뷰한 투표자들은 내 생애 최고의 투표라고 말했다”며 유권자들이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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