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는 오한남 회장/사진=이호형 기자
오한남(65) 회장은 6ㆍ25 전쟁 통에 잃은 형제를 뺀 7형제 중 다섯째로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컸다. 서울 출생으로 중구의 옛 반도호텔 자리에 집이 있었다고 회상한다.
어린 시절 그는 공부는 잘 안하고 뛰어다니길 좋아했다. 운동신경이 워낙 좋아 초등학교 때는 축구도 하고 핸드볼도 했다. 그러다 처음 배구를 접하게 된 건 중학교 1학년 때인 14살 무렵이다. 오 회장은 “14살이 되던 해 키가 커서 그런지 배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고 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걸어온 세월이 무려 50년이 넘은 뼛속까지 배구인이다.
그는 공격수로 금세 두각을 나타냈고 고교 명문인 대신고에 스카우트됐다. 이 시절 아직도 잊지 못하는 사건은 148연승 신화가 중단된 날이다. 오 회장은 “3학년 선배부터 우리 때까지 148연승을 했다”면서 “그 연승 신화가 우리(고3) 때 깨졌다. 1970년 종별 선수권 당시 질 일이 없다고 코치가 일본에 대표팀 연구원으로 가고 중학교 코치가 임시로 하는데 안이하게 하다가 인창고한데 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는 어린 마음에 어떤 벌을 당할까 무서워 대회 장소인 광주에서 이리(현 익산)까지 도망을 갔다. 동기 중에 거기서 양조장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집에 들어가 근처 여관에서 자고 술도 마시고 했는데 어디서 정보를 알았는지 선생님이 우리를 찾으러 오셨다. 아마도 이리에 키 큰 애들이 있으니 잡으러 오라고 하지 않았나 싶다. 그 다음 날 아침에 잡혀가서는 남은 시합을 치렀고 인창고와 결승에서 다시 붙어서 3-0으로 간단히 이기고 우승을 했다”고 옛 추억의 한 자락을 흐뭇하게 꺼내놓았다.
고교 졸업 후 오 회장은 실업팀인 대한항공에 입단했고 육군 보안사(지금의 상무)를 거쳐 29살 무렵에 금성통신에서 선수생활을 끝냈다. 오 회장은 “그때는 그 나이쯤에 다들 은퇴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양여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카타르에 배구 코치로 나갔다가 한일합섬 코치로 돌아와서 감독을 역임했다. 1991년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다시 지도자로 나갔고 카타르ㆍ사우디아라비아ㆍ바레인ㆍ쿠웨이트 등지에서 오래 생활했다. 중동 현지에서 배구 감독을 하면서 식당을 인수해 성공을 거뒀고 호텔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그가 한국으로 돌아온 건 후배들의 부탁 때문이다. 오 회장은 “서울시 배구협회가 어려우니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서울배구협회 회장을 거쳐 대학배구연맹 5대 회장도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사건(서 전 회장 탄핵)이 일어나 여기까지 왔다”고 전했다.
오 회장은 달변가는 아니지만 온화한 성품에 진솔함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그러나 젊었을 때는 송골매 같은 눈매를 뿜어내던 타고난 승부사였다. 협회에서 만난 김남성(65) 전 대표팀 감독은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중학교 때부터 승부근성이 강했다. 파워풀한 것이 나보다 더했다“며 ”뿐만 아니라 임기응변에 능해 위기 상황을 빠르게 대처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좀처럼 지는 법이 없다. 특정 놀이의 승률이 9할 대를 넘는다면 믿겠는가. 교민들 말로도 천부적으로 베팅을 기가 막히게 한다고들 한다. 중요한 것은 지난 회장 선거 역시 승산을 미리 예측하지 않았냐는 것“이라고 껄껄 웃었다.
오 회장의 가장 큰 강점은 사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내 나이 6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나중에 후배들이 와서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깨끗하게 나갈까 생각한다. 잘해야 되는데 사심 없이 하면 큰 문제가 있을까”라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남다른 배구 사랑이 없으면 못할 일이다. “특기도 배구고 취미도 배구”라는 오 회장에 대해 김남성 감독은 “취미 생활이 배구 관전”이라고 했다. 오 회장은 “배구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끈을 안 놓고 있으니까 분신이라고 해야겠다. 끝까지 지키는 것이다. 나이를 더 먹어 원로가 돼서도 배구 일에 참여하고 싶다”고 할 만큼 열정이 넘쳤다.
잠실=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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