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의 대표작 ‘월든(Walden)’이 1854년 8월 9일 출간됐다. 27세 청년 소로가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남쪽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산 건 1845년 7월 4일부터 47년 9월 6일까지 2년 2개월 이틀이었다. 하지만 그가 ‘월든’을 써서 출판하는 데는 46년부터 근 8년이 걸렸다. 그 사이 그는 무려 일곱 차례 원고를 다시 쓰다시피 했다.
그 사이 그 곳 풍경과 시간의 기억이 글 안에서 깊어지고, 그 특유의 생태주의적 통찰과 금욕ㆍ절제의 내면적 결도 촘촘해졌을 것이다. 그가 힘주어 쓴 듯한 어떤 구절은 도무지 30대 초반 청년의 글 같지 않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같은 대목,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며 ‘Simplicity’라는 단어를 세 번씩 반복하는 대목(강승영 옮김, 이레).
그의 어떤 사진은, 덥수룩한 수염까지 길러 짐짓 달관한 노인의 풍모를 엿보게도 한다. 사실 그의 책들에 대중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은 근 100년이 지난 뒤부터였다. 우리에게 그는 처음부터 오래된 인간이었고, 문명과 풍요의 안과 바깥을 앞서 살핀 선구자였다. 모든 것(글)의 운명처럼, 그의 글과 지향의 많은 대목도 누군가에게는 클리셰가 됐을 것이다.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지난 7월 매사추세츠대 철학과 교수 존 캐그(John Kaag) 등은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던 소로의 월든 호숫가 풍경과 그의 실제 삶 일부를 소개했다. 월든이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한 해방 노예들과 갓 대서양을 건너 온 가난한 아일랜드 이민자, 아메리카 원주민, 빈민 노동자들이 혼자 혹은 가족 단위로 지내던 나름 치열한 삶터였다는 사실. 소로가 나무를 도끼질하고 톱질해서 오두막을 지은 게 아니라 이사를 나가는 한 아이리시 철도 노동자의 집을 4.25달러(현 시세 약 150달러)에 사서, 그 집을 헐어 목재로 썼다는 사실 등. 칼럼은, 그래서 소로가 덜 대단하다는 게 아니라 그 소외된 존재들과 섞여 어울리면서 부와 문명의 것들이 감춘 삶의 진짜 가치들을 깨닫게 됐으리라고, 그는 자연뿐 아니라 소수자ㆍ약자들의 벗이기도 했다고 썼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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