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설적인 괴수 영화 ‘고지라(ゴジラ)’ 시리즈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고지라 인형 옷을 입고 연기한 배우 나카지마 하루오(中島春雄)가 7일 별세했다. 88세. 고인의 딸 나카지마 소노에는 고인이 폐렴으로 인해 숨졌다고 AP통신에 전했다.
나카지마는 1950~70년대에 걸쳐 일본 특수촬영 장르 영상물에서 특수 복장을 입고 스턴트 연기를 하는 ‘슈트액터’로 활동했다. 그 중에서도 거대 괴수 연기에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특히 24년 경력 동안 1954년 ‘고지라’부터 1972년 ‘지구공격명령 고지라 대 가이간’까지 총 12편에 걸쳐 고지라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후속작에서도 고지라는 물론 라돈, 모스라, 킹콩 등 다른 괴수도 맡았다. 나카지마의 열연에 힘입어 고지라는 훗날 컴퓨터그래픽 시대에도 괴수의 아이콘으로 살아남았으며 헐리우드에서도 1998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2017년 CNN 산하 영상프롲게트 ‘그레이트빅스토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1954년 처음 고지라 복장은 완전히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무게가 100㎏에 달했다”고 회고했으며 “동물의 움직임을 본뜨기 위해 도쿄 동물원에서 역할 연구를 했다“고도 밝혔다.
나카지마는 특수촬영물 외에 사무라이 소재 영화나 전쟁영화에도 스턴트ㆍ단역 연기자로 출연했으며 그의 출연작 가운데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도 있다. 1973년 배우 활동을 그만둔 이후에도 ‘최초의 고지라’로서 국제적인 존경을 받으며 여러 차례 고지라 관련 이벤트에 출연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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