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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성지’ 삭제 폭로에… 경찰청, 물타기 수사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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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성지’ 삭제 폭로에… 경찰청, 물타기 수사 나섰나

입력
2017.08.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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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철 前광주청장 비위수사 착수

폭로와 수사 시점 겹치며 의구심

“감찰 덮으려는 허위 폭로” 주장도

시민단체, 이철성 청장 檢에 고발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해 10월 6일 오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해 10월 6일 오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경찰청이 ‘이철성 경찰청장의 촛불집회 관련 글 삭제 지시’ 의혹(본보 7일자 10면)을 제기한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전 광주경찰청장) 비위 수사에 착수했다. 이전부터 진행한 강 학교장 개인 비위 감찰 결과를 토대로 수사 전환했다는 게 경찰청 입장이지만, 의혹 폭로와 수사 시점이 겹치면서 양상은 수뇌부 간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감사관실은 7일 강 학교장에 대한 비위 수사를 특수수사과에 의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혐의는 직권남용과 뇌물죄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 학교장은 중앙경찰학교 안에 치킨 매장을 열라고 교직원기금으로 만든 상조회를 압박한 혐의(직권남용)와 광주경찰청장 재직 당시 전남대병원에서 무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혐의(뇌물죄) 등으로 지난 6월부터 감찰을 받아왔다. 강 학교장은 “당시 치킨집 설치 공사가 지연돼 직원들에게 빨리 마무리하라는 취지로 주문한 것이고, CT는 광주경찰청 직원들과 함께 간 자리에서 전남대 의과대학장이 신규 도입한 기계로 찍어보라 권유한 것으로 대가성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감사관실은 비위 사실이 상당부분 인정된다며 이번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수사 의뢰 시점이 공교롭게도 강 학교장이 이 청장으로부터 ‘민주화의 성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삭제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을 폭로한 직후라는 점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이 청장이 강 학교장을 압박하기 위해 수사 의뢰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진상 조사 대신 강 학교장 비위를 추궁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이 청장의 외압 의혹을 둘러싼 진상규명은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의혹의 파장을 줄이겠다는 목적의 ‘물타기용’ 수사 착수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의뢰 공문이 발송된 시점은 7일이지만 민간인으로 구성된 시민감찰위원회(감찰 관련 경찰자문기구)가 강 학교장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한 시점은 7월 말”이라고 밝혔다. 이번 의혹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일부 고위 간부들은 “감찰을 받고 있던 강 학교장이 이를 뒤덮으려고 (청장을 상대로) 허위 사실을 폭로한 것 아니냐”고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시민단체 정의연대는 이 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통해 “이 청장은 경찰공무원 총수로서 법률에서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한 광주민주화운동을 비하하면서 국민이 아니라 정권 편을 드는 행위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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