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철 前광주청장 비위수사 착수
폭로와 수사 시점 겹치며 의구심
“감찰 덮으려는 허위 폭로” 주장도
시민단체, 이철성 청장 檢에 고발
경찰청이 ‘이철성 경찰청장의 촛불집회 관련 글 삭제 지시’ 의혹(본보 7일자 10면)을 제기한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전 광주경찰청장) 비위 수사에 착수했다. 이전부터 진행한 강 학교장 개인 비위 감찰 결과를 토대로 수사 전환했다는 게 경찰청 입장이지만, 의혹 폭로와 수사 시점이 겹치면서 양상은 수뇌부 간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감사관실은 7일 강 학교장에 대한 비위 수사를 특수수사과에 의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혐의는 직권남용과 뇌물죄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 학교장은 중앙경찰학교 안에 치킨 매장을 열라고 교직원기금으로 만든 상조회를 압박한 혐의(직권남용)와 광주경찰청장 재직 당시 전남대병원에서 무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혐의(뇌물죄) 등으로 지난 6월부터 감찰을 받아왔다. 강 학교장은 “당시 치킨집 설치 공사가 지연돼 직원들에게 빨리 마무리하라는 취지로 주문한 것이고, CT는 광주경찰청 직원들과 함께 간 자리에서 전남대 의과대학장이 신규 도입한 기계로 찍어보라 권유한 것으로 대가성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감사관실은 비위 사실이 상당부분 인정된다며 이번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수사 의뢰 시점이 공교롭게도 강 학교장이 이 청장으로부터 ‘민주화의 성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삭제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을 폭로한 직후라는 점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이 청장이 강 학교장을 압박하기 위해 수사 의뢰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진상 조사 대신 강 학교장 비위를 추궁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이 청장의 외압 의혹을 둘러싼 진상규명은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의혹의 파장을 줄이겠다는 목적의 ‘물타기용’ 수사 착수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의뢰 공문이 발송된 시점은 7일이지만 민간인으로 구성된 시민감찰위원회(감찰 관련 경찰자문기구)가 강 학교장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한 시점은 7월 말”이라고 밝혔다. 이번 의혹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일부 고위 간부들은 “감찰을 받고 있던 강 학교장이 이를 뒤덮으려고 (청장을 상대로) 허위 사실을 폭로한 것 아니냐”고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시민단체 정의연대는 이 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통해 “이 청장은 경찰공무원 총수로서 법률에서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한 광주민주화운동을 비하하면서 국민이 아니라 정권 편을 드는 행위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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