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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지구온난화 내부 경고음도 묵살하나

입력
2017.08.0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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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실제로 있어… 인간활동과 밀접 관련”

미 13개 연방기관 과학자 참여한 보고서 공개

“지구온난화는 음모론” 트럼프 주장과 정면 배치

6개월 간 승인 미뤄… 미 과학자들 ‘우려’ 시선

“기후 변화 용어 쓰지 말라” 블랙리스트 검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작성된 “기후 변화가 실제로 진행 중이며, 이는 온실가스 배출 등 ‘인간 활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미 연방정부 보고서가 뒤늦게 공개됐다. “지구온난화는 음모론”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6개월 동안 해당 보고서를 승인하지 않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부 경고음마저 묵살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4년마다 의회 위임을 받아 실시하는 ‘국가기후 평가’ 관련 정부 보고서 초안을 입수했다면서, “1980년 이후 미국의 평균기온이 급격히 상승했고, 지난 1,500년 동안 최근 수십년이 가장 따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소개했다. 13개 미 연방기관 소속 과학자들이 올해 2월 작성한 이 보고서는 “미국인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바로 지금 느끼고 있으며, 기후 변화의 증거는 대기층 꼭대기부터 심해(深海)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눈앞의 현실’이라는 뜻이다.

보고서는 특히 “1951년 이후 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유발한 원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인간 활동’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이 중단된다 해도 21세기 말에는 세계 온도가 최소 섭씨 0.3도 오를 텐데, 실제로 예상되는 상승폭은 섭씨 2도에 이를 것이라고도 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간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은 불확실하며, 기후변화 효과 예측 능력은 제한적’이라는 주장과는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그래서인지 보고서 초안에 이미 서명한 미 국립과학원(NAS)과는 달리, 연방정부는 6개월 넘도록 승인을 미루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 주범임을 믿지 않는 스콧 프루이트가 이끄는 미 환경보호청(EPA)이 과연 승인기한인 18일까지 순순히 서명할지도 미지수다. NYT는 “미국 과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고서 내용을 바꾸거나 (그 존재를) 숨겨 버릴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변화 관련 부서에 “‘기후 변화(climate change)’ 대신 ‘극단적 기후(weather extremes)’라는 용어를 쓰라”고 지침을 내린 사실도 확인됐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미국 농무부 산하 자연자원보호청(NRCS) 직원들의 이메일 분석 결과, 연방 직원들의 용어 사용에 트럼프 행정부가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드러난다”면서 이 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그 근거로 NRCS 비앙카 모비어스-클룬 토양보존국장이 직원들에게 ‘회피(avoid)’ 용어와 ‘대체(use instead)’ 용어를 알리기 위해 올해 2월 16일 발송한 이메일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 적응’을 ‘극단적 기후에 대한 탄력성’으로, ‘온실가스 감축’은 ‘토양 유기물 증강과 영양소 효율성 증가’로 각각 대체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다. 일종의 ‘용어 블랙리스트’인 셈이다. 최근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의사를 유엔에 공식 통보하는 등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역행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막후에선 이 같은 내부 검열이 작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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