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안보리 결의 즉각 준수” 촉구
강경화 외교장관 결산 기자회견
“아세안국, 北 양자 회담 거부
베를린 구상은 지지 표명 받아”
중ㆍ러도 북한에 도발 중단 요구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창설 50주년인 올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나란히 참가한 남북한의 희비가 엇갈렸다. 멈추지 않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줄곧 우호적이던 아세안마저 북에 등을 돌리면서다.
ARF 외교장관들은 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RF 회의 결과물로서 “북한이 안보리 결의상의 모든 의무를 즉각 완전하게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는 내용이 담긴 의장성명을 8일 도출했다. 성명은 특히 지난달 4일과 28일 이뤄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지난해 두 차례 핵실험을 포함한 도발 행위를 명시하고 “엄중한 우려(grave concerns)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우려’를 표명한 지난해 의장성명보다 한 차원 높은 수위의 표현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 ARF 의장성명 북핵 관련 문구를 두고 관련국간 의견 충돌로 합의가 늦어지는 경우가 잦지만 이번 성명은 매우 신속하게 도출됐다”며 “북한의 최근 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마닐라 시내 한국 취재진 숙소에서 결산 기자회견을 갖고 “ARF가 북한에겐 고립된 외교적 입지를 절감하는 무대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371호 채택으로 회의 시작부터 어려운 상황이었던 북한이 회의 당일엔 (새 안보리 결의에 반발하는)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면서 더 고립됐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에 따르면 북한이 10개 아세안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필리핀과만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사연도 있다. 북한은 아세안 국가들과 양자 회담을 갖고 싶어했지만 대북 경고 메시지 희석을 우려한 해당국들이 모두 거부하고 의장국인 필리핀만 대표로 북 외무상을 만나 아세안의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5일 리용호 외무상 입국 직전 공개된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 공동 성명은 내용의 강도와 채택 시점 면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나마 북한을 만나준 중국과 러시아마저 도발을 중단할 것을 북한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제재 그물은 더 단단하고 촘촘해졌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7일 오찬 협의를 통해 안보리 결의가 철저히 이행되도록 더 긴밀히 공조하는 한편 중국ㆍ러시아도 견인하자고 다짐했다. ARF 참가국들 목소리도 대체로 일치했다.
우리 정부는 최대의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한다. 강 장관은 “3대 안보 현안인 북핵ㆍ남중국해ㆍ테러 중 북핵 문제가 압도적 최우선 현안으로 부각됐고, 여러 양자ㆍ다자 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지지 표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동남아가 북한을 외면하면서 대북 제재의 커다란 구멍이 메워질 기미가 보였다”고 호평했다.
마닐라=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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