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폐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중국은 일부 동남아시아 당사국은 물론 미국ㆍ일본ㆍ호주 등과도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소강 상태를 보이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충돌은 가히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분쟁 당사국인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은 지난 6일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초안에 사실상 합의를 이뤘지만, 아세안 측이 성명을 통해 중국의 인공섬 매립과 군사화 문제삼고 중국이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상황이 어그러졌다. 중국은 아세안 측 성명의 배후로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대척점에 서 온 베트남을 지목했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7일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의 양자회동을 전격 취소했다.
미국ㆍ일본ㆍ호주도 논란에 뛰어들었다. 3개국 외교장관은 지난 6일 공동 성명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토지 매립과 전초기지 건설, 군사행동이 남중국해를 갈등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COC를 상징적인 규범 정도로 묶어두려는 중국을 겨냥해 “법적 구속력을 갖춰야 한다”며 아세안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중국은 다소 격한 반응을 보였다. 왕 부장은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노력으로 남중국해 정세는 이미 안정적인 추세에 접어들었다”면서 “일부 역외국가들은 남중국해 정세가 안정되는 걸 원치 않는 듯하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특히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 “다른 국가의 뒤에서 말썽을 피우거나 시빗거리를 조성하지 말라”고 거칠게 경고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8일자 사설에서 3개국 외교수장들을 향해 “중국과 관련 당사국들이 갈등 해결 능력을 보여주자 혼이 나간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미 남중국해에 대한 실효지배력을 어느 정도 높여놓은 중국 입장에선 영유권 논란이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것”이라며 “중국은 COC 합의안을 빨리 마무리짓고자 하고 미국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언제든 다시 점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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