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김연경/사진=대한배구협회
A구단의 스타 선수는 부상과 수술 후유증으로 이번 여름 배구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는 대표팀 얘기가 나오자 “해외에 다녀오면 확실히 기량이 느는 것 같다”면서도 “떨어지는 한국 배구의 국제 경쟁력에 책임감을 느끼지만 아직은 몸이 안 따라준다”고 했다. 부상을 당한 B구단의 스타 선수는 “일단은 내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C구단의 한 선수는 “대표팀에 꼭 들어가고 싶다”고 했지만 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선수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면 대표팀에 가고 싶어도 몸이 안 따라주는 선수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선수, 어쩔 수 없이 구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선수 등 케이스는 다양하다.
프로배구 V리그가 안착하고 선수들은 한 시즌 동안 장기 레이스를 펼친다. 시즌이 끝나고 나면 몸이 성한 데가 없다. 심하게 아픈 곳은 서둘러 수술을 받고 재활을 거쳐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에 대표팀 합류라는 돌발변수가 겹친다. 특히 스타 선수들은 구단과 태극마크 사이에서 난감한 입장에 처한다.
이런 현상은 남녀 선수가 따로 없다. 지난 7일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29ㆍ상하이)이 아시아 여자 배구 선수권 대회를 위해 필리핀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작심한 듯 "이번 대회에는 이재영(21ㆍ흥국생명)이 들어와야 했다"며 "팀에서도 경기를 다 뛰고 훈련까지 소화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빠졌다. 결국 중요한 대회만 뛰겠다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해 시한폭탄 같던 국가대표 차출 문제가 다시금 폭발했다. ‘핀셋’ 지적의 대상이 된 이재영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팬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김연경을 잘 아는 한 배구인은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 않을 뿐 김연경 역시 여기 저기 아픈 곳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선수생활 최종 목표인 2020 도쿄 올림픽 메달을 위해 세대교체에 들어간 대표팀을 위해 어떤 의미에서 자신을 헌신하는 상황인데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현실을 강하게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죽했으면 힘없는 대한배구협회 대신 선수가 직접 나서 이런 말을 했겠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번 비시즌에는 남녀 대표팀 모두가 국제 대회에서 호성적을 내면서 배구 팬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점도 잠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논란을 부추겼다.
잊힐 만하면 반복되는 대표팀 문제를 놓고 한 배구인은 “비시즌에 열리는 모든 국제 대회에 A급 선수들이 다 나가면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중요도를 단계별로 나눠 대학 선수들도 넣고 하는 식의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배구인은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전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배구인은 “우리가 정상적인 베스트 멤버로 이렇게 선전하는 것인지는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선수들이 국가대표라는 소속감과 책임감을 더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결국은 선수에게 달렸다는 뜻으로 한 구단 관계자는 “(대표팀 차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의사”라고 확인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다른 배구인은 협회가 힘을 가져 프로 구단이 주축이 된 한국배구연맹(KOVO)의 눈치를 보지 않는 상황이 궁극적인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배구인은 “프로 팀들은 당연히 자기 선수들의 부상을 이유로 안 내주려 한다. 대표팀에 가봤자 몸만 나빠져서 오니까 감독들이 꺼린다”면서 “문제의 근본 원인은 협회가 돈이 있느냐 없느냐다. 돈이 있어야 연맹의 눈치를 안 보게 된다.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그냥 넘어가면서 구단은 점점 더 그들 위주로만 가고 있다. 극단적인 비유를 하자면 국가가 부르는데 군대에 아파서 못 가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협회에 등록됐는데 국가대표 소집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국내 시합도 일정 기간(협회가 지정한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상 회복 기간)을 못 뛰도록 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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