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큰 물의 일으켜 죄송ㆍ참담”
공관병을 상대로 부당하게 궂은 일을 시켰다는 ‘갑질’ 의혹으로 형사입건 된 박찬주(59ㆍ육군사관학교 37기)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8일 군 수뇌부 인사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전역은 미뤄졌다. 박 대장이 군 검찰 수사를 계속 받게 하려는 군 당국의 조치다. 이날 박 대장은 처음 군 검찰에 불려갔다.
이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국방부 검찰단이 있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부속 건물에 도착한 박 대장은 취재진과 만나 “너무 큰 물의를 일으켜 국민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전역 여부를 포함한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 통보 받은 게 없다”며 “전역지원서를 낸 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했다. 박 대장은 검은색 승용차를 직접 몰고 양복 차림으로 국방부 검찰단에 왔다.
국방부 감사 결과 박 대장 부부는 공관병에게 손목시계 형태의 호출벨을 착용토록 하거나 골프 연습 때 공관병이 골프공을 줍게 하는가 하면, 휴가 기간 동안 군인 신분 아들을 운전 부사관이 사령관 개인 차량에 태워주게 한 사실이 파악됐다.
추가 의혹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최근 박 대장이 육군 7군단장 시절 쓰던 공관 비품을 육군참모차장으로 부임할 당시 가져간 사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군 검찰은 전날 박 대장 부인 전모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먼저 소환 조사했다. 전씨는 약 15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새벽 귀가했다.
군 검찰이 박 대장을 계속 조사할 수 있는 것은 이번 대장 인사에서 보직을 얻지 못한 그를 자동 전역시키지 않아서다. 군 관계자는 “박 대장에게 정책연수 명령을 내려 2작전사령관 자리에선 물러나되 현역 신분은 유지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대기발령인 셈이다.
국방부는 의혹을 엄정히 처리하기로 했다. 전역이 유예된 박 대장을 상대로 최대한 진상을 규명한 뒤 박 대장의 군복을 벗기고 사건을 민간 검찰로 이첩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군인권센터 등이 군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점을 고려한 조치로도 보인다. 박 대장은 공관병 상대 갑질 의혹이 불거지고 국방부 감사가 임박하자 감사 전날인 1일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지만 군은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5일 육군 신병교육대대를 찾아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부당한 대우나 사적인 지시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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