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ㆍ반도체 등 광공업 생산 감소
통상 현안ㆍ北리스크 변수” 지적
한은도 경제 역동성 하락 경고
최근 우리 경제가 수출ㆍ투자 호조에 겉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광공업 생산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회복세가 견고하지 못하다는 정부 진단이 나왔다. “가계, 기업의 활력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10년 전과 비교한 우리 경제의 역동성(경기변동성)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도 나왔다.
8일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일명 그린북)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개선세에 힘입어 수출ㆍ투자가 증가하는 동시에 그간 경기의 발목을 잡아 왔던 소비(내수) 부진도 서서히 완화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19.5% 늘며 9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6월 설비투자는 5월보다 5.3% 증가했고 6월 소매판매 역시 전달보다 1.1% 늘어났다.
그러나 그린북은 “광공업 생산이 조정을 받으면서 회복세가 단단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그린북을 통해 매달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 평가를 내놓는다. 실제 6월 광공업 생산은 석유와 반도체 생산이 줄면서 전달보다 0.2%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재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6월의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도 전월에 비해 0.2포인트 내려갔다.
이런 ‘불안한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회복세는 계속되겠지만 통상현안이나 북한 리스크 등 대내외 위험요인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8ㆍ2 대책에 따라 부동산 부문이 급격히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주택건설은 착공 2, 3년 후 건설기성(해당기간에 실행된 건설투자)에 반영되는 만큼 이번 대책이 당장 올해 건설기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경기변동성 축소에 대한 재평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기변동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저히 축소되고 있는데, 통상 경제가 성숙하며 나타나는 현상과 달라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경기동행지수 등으로 분석한 경기변동성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경기가 좋아지는 확장 국면의 변동성이 하락 국면보다 더 작았다. 지출 측면에선 가계소비와 기업투자의 변동성이 더 크게 줄었다.
경제가 선진화돼 경기의 오르내림이 적어졌다기 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가계는 소비를, 기업은 투자를 줄인 보수적 행태가 변동성을 줄였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처럼 경기변동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선 순환주기가 짧은 수출 호조에 경기 흐름을 잘못 읽을 가능성도 있다”며 경기 진단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반도체 부문의 호조는 이어지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부문의 개선 추세는 점점 미약해지고 있어 지난해 4분기 이후 이어지던 경기 개선 추세가 꺾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 놓았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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