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40만대 한정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FE(팬덤에디션)’가 완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1만대씩 팔려나가고 있어 이달 중순이면 동날 것이라는 게 통신업계 예상입니다.
갤럭시노트FE는 지난해 배터리 발화(發火) 문제로 전량 회수한 갤럭시노트7의 미개봉 제품과 미사용 부품을 활용해 만든 제품입니다. 성능은 최신 프리미엄폰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출고가는 갤럭시노트7(98만8,900원)보다 30만원 가량 낮은 69만9,600원이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같은 흥행에도 삼성전자는 처음부터 “추가 출시는 없다”고 못박았는데요. 여기에는 고도의 전략이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어차피 처리해야 할 갤럭시노트7 부품으로 스마트폰을 만들어 이익까지 남겼고, 갤럭시노트FE가 ‘때맞춰’ 소진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갤럭시노트8’에 쏠리게 됐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아픈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갤럭시노트7의 부품으로 만든 스마트폰이 한 달 여 만의 완판이라는 화려한 기록까지 세웠으니 삼성전자로서는 최상의 성과를 올린 셈입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회수한 갤럭시노트7은 약 300만대로, 생산해 놓고 팔지 못한 제품까지 더하면 최대 4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갤럭시노트FE로 처리한 물량은 전체의 10% 안팎에 불과한 셈입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재생ㆍ재활용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친환경 처리는 이제 첫발을 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여기에 두 번에 걸친 갤럭시노트7 회수로 대혼란을 겪었던 이동통신 유통점들의 피해 보상 요구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이들은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으로 인한 골목상권 피해 규모가 약 200억원에 달한다”며 “삼성전자가 유통망 피해 보상안을 마련한다고 약속했지만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갤럭시노트FE는 결정적 하자로 회수한 제품을 재활용했습니다. 게다가 갤럭시노트 팬들을 위해 다시 내놓았다는 뜻에서 ‘팬덤에디션’이란 이름까지 붙인 걸 감안하면 “출고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를 교훈으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남은 과제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발전해 나갈지 끝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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