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ㆍ파업ㆍ최저임금ㆍ한국GM 철수설까지… 한국차 사면초가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시 3조 부담, 적자전환으로 결정타 될 듯
자동차 업계 8월 위기설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상반기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이익이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반 토막 난 데 이어, 하반기 들어서도 노사 관련 악재가 중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휴가를 마친 후 본격화하는 노사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파업이 예상된다. 여기에 3조원대 규모의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도 이달 중 내려진다. 이 판결 결과는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8월에 몰려있는 자동차 산업의 각종 악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자칫 한국경제 추락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상반기 실적을 공개한 현대ㆍ기아차는 각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2%, 52.8% 감소했다. 쌍용차는 179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 판매가 현대(-8.2%)ㆍ기아(-9.4%)ㆍ쌍용차(-6.7%)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결과다. 이들 업체뿐만 아니라 올 상반기 국내 5개 업체 총생산량은 216만2,500대로 2010년 이후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7월까지 누적 통계도 5개 업체 중 르노삼성차를 제외한 모든 업체가 감소세다. 내수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수출 물량이 전년보다 8.8% 감소한 탓이다.
하반기 수출 여건도 한국 자동차업계에 불리하기만 하다.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배치 결정에 따라 중국의 사드보복이 장기화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미국에 팽배한 보호무역주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미국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반기 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시장 판매 감소가 전체 실적 감소의 직격탄이 됐다”며 “제품 경쟁력을 향상하고, 지역별 자동차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하반기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여건도 좋지 않다. 지난해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 종료로 내수시장 둔화세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데다, 노사관련 악재도 줄 잇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도 높아졌고, 통상임금 확대 요구 목소리도 거세다.
특히 17일 내려질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이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주목된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58명은 연 700%에 이르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2011년 소송을 제기했다. 노조 측이 승소할 경우 회사 추가 부담액이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현재의 판매부진이 이어지면 유동성 위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저임금은 기본급과 직무ㆍ자격수당 등 해당 근로자의 업무상 관련된 수당만으로 산정하는데, 통상임금은 여기에 정기성ㆍ일률성ㆍ고정성이 있는 보수가 포함된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 매일 일한 대가로 인정되면 통상임금으로 본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현대차 노조는 2015년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는데, 현대차 임금관련 시행세칙에 ‘두 달 동안 15일 미만을 근무한 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일정한 일수 이상 근무해야만 지급하는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기아차에는 이런 세칙이 없다. 기아차 외에도 한국GM, 현대중공업, 아시아나항공, 교보생명 등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재계에서는 “상여금 통상임금 인정 여부는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자칫 기업 생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법원이 신중하게 판단하기 바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휴가를 끝내고 이날부터 현업에 복귀한 조합원들은 이번 주부터 사측과 협상에 들어간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오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10, 14일 하루 4시간씩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현대ㆍ기아차와 한국지엠(GM) 노조는 지난달 조합원 찬반 투표 등을 거쳐 파업권을 얻은 상태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로 높아진 만큼, 임금 인상에 대한 노조의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최악의 경우 3사 모두 파업에 돌입하면 현대ㆍ기아차는 6년 연속, 한국GM은 2년 연속 파업이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약속한 월급제 전환과 기본급 인상, 그리고 고용 안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에서 제대로 된 협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GM을 계열사로 둔 미국 제너럴모터스 측은 “임금교섭에 미래 제품과 물량 관련 요구를 확약할 수는 없고, 월급제 등은 교섭안건이 될 수 없다”고 단호한 태도이며, 한국 철수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는 완성차 회사뿐만 아니라 부품산업 기반마저 흔들리게 할 수 있는 만큼, 노조 스스로가 경영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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