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영구적으로 신체활동이 제한될 뿐 아니라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2ㆍ3급 석면폐증 환자들에게 정부가 제공하는 2년 간의 요양생활수당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 석면 피해 구제급여 지출이 다시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피해 예방이라는 본질은 외면하는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합리적 재정 계획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한편 석면폐증으로 인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지속적 관리’에 무게 중심을 두고 구제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석면피해구제법은 연간 150억원의 피해구제기금을 조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중 90%를 석면피해구제기금에서, 10%를 피해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석면구제기금은 정부가 매년 30억원 안팎(20%가량)의 출연금을 내고 나머지 105억원 가량(70%)은 전체 산재보험 가입 업체가 분담하는 일반분담금, 그리고 과거 석면을 제조했거나 사용했던 기업이 부담하고 있는 특별분담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문제는 정작 석면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석면 제조ㆍ사용 기업의 분담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현재 석면 제조ㆍ사용량이 누계 1만톤 이상인 기업에게만 특별분담금을 징수하고 있는데 제일화학, 벽산, KCC, 상신브레이크 등 4개 업체만 해당이 된다. 그나마 이들의 구제분담금 비율을 일반산업체가 충당하는 분담금의 5.5% 이내로 제한해 4개 업체로부터 매년 징수되는 금액은 6억원 안팎(추정치)에 불과하다.
강동묵 부산대 의대 교수는 “석면피해구제기금의 분담률은 법 제정 당시 환경부가 산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업계의 부담을 가급적 덜 주는 방향으로 설정한 것으로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며 “최근 피해자 숫자가 늘고 있는 조선소 및 자동차 회사 역시 과거 석면 반제품을 이용해 수익을 올린 만큼 특별분담금을 징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환경부가 구제기금을 피해자 중심으로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향후 발생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기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면폐증 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석면폐증 환자의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안전한 생활환경과 충분한 영양섭취가 필수적”이라며 “단지 병증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환경부가 2년만 지원하고 끊는 것은 피해 구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 논리”라고 꼬집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