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꽂히면 평생 고객.. 큰손 된 ‘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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꽂히면 평생 고객.. 큰손 된 ‘덕후’들

입력
2017.08.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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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게임 등 대중문화산업 견인

‘코믹콘’ 박람회 국내 첫 개최

4만여명 몰려 발전 잠재력 확인

#2

스마트폰 이용 2명 주 1명꼴

취향 상품 계속 구입 ‘몰입소비’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코믹콘 서울 2017’ 행사장의 엔씨소프트 전시 공간 앞이 몰려든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엔씨소프트 제공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코믹콘 서울 2017’ 행사장의 엔씨소프트 전시 공간 앞이 몰려든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엔씨소프트 제공

입구부터 가운을 휘날리는 다스베이더를 보고 감탄한 뒤 다섯 걸음을 채 떼지도 않았는데 마술봉으로 주문을 외우는 세일러문을 만났다. 원더우먼과 캡틴아메리카를 보며 ‘저 방패들은 어디에 넣어 왔을까’ 궁금해하는 사이 기다란 주머니에서 야구방망이를 꺼내는 할리퀸을 봤고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은 수도 없이 지나쳤다. 평범한 옷차림이 오히려 민망해지는 이곳은 글로벌 최대 대중문화산업박람회이자 ‘덕후(마니아)들의 성지’로 불리는 ‘코믹콘’ 현장이다.

코믹콘은 만화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코스튬플레이(인기 캐릭터의 옷차림을 따라 하는 복장 놀이) 등 대중문화 전반의 콘텐츠를 폭넓게 다루는 세계적인 행사로 뉴욕 파리 베이징 등 세계 각국 대도시에서 매년 열린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4~6일 열린 ‘코믹콘 서울 2017’에는 4만1,900여명의 덕후들이 모여들었다.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코믹콘 서울 2017’ 참석자들이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세일러문 코스튬 프레이 선보이고 있다. 맹하경 기자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코믹콘 서울 2017’ 참석자들이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세일러문 코스튬 프레이 선보이고 있다. 맹하경 기자

이미 양손에 쇼핑백을 한가득 들고 있는 방문객들은 90여개 참여 업체가 전시해 둔 물건들 속에서 본인이 선호하는 캐릭터가 새겨진 각종 문구용품이나 일러스트, 실제처럼 생긴 피겨(캐릭터 모형) 등을 찾아내느라 눈을 떼지 못했다. 다섯살 아이를 스파이더맨으로 변신시킨 배트맨 아빠 길영우(36) 씨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말한 건 그의 한 달 용돈이다. 길씨는 “원래 관심 있던 캐릭터 한정판매 제품만 사려 했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평소 몰랐던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에 빠져 예상보다 빨리 탕진해버렸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4월 마케팅솔루션 기업 메조미디어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2명 중 1명꼴로 ‘몰입소비’를 즐기고 있다. 몰입소비는 특정 대상에 대한 호감으로 관련된 제품을 계속 구입하는 소비 경향을 말한다. 20, 30대 미혼남녀(남성 60%ㆍ여성 71%)가 몰입소비 경험이 많았고 주로 취향과 취미 관련 소비를 선호했다. 관심사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일명 ‘OO덕후’들의 소비 규모는 이제 더 이상 별종이나 ‘히키코모리’(은둔형외톨이ㆍ외부와 단절된 채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사람)라며 무시할 수 없는 ‘큰손’이다.

4~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코믹콘 서울 2017’ 행사장에 높이 4m에 달하는 게임 오버워치 인기 캐릭터 파라의 대형 피겨(모형 캐릭터)가 설치돼 있다. 맹하경 기자
4~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코믹콘 서울 2017’ 행사장에 높이 4m에 달하는 게임 오버워치 인기 캐릭터 파라의 대형 피겨(모형 캐릭터)가 설치돼 있다. 맹하경 기자

기업들도 덕후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를 부가가치 높은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코믹콘 서울에는 엔씨소프트, 컴투스, 네이버 등 인기 게임과 웹툰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대거 참가했다. 해리포터나 마블처럼 원래 장르인 소설이나 만화에 한정하지 않고 영화 등으로 변용했을 때 거둘 수 있는 부가가치, 지식재산권(IP) 확장성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게임 리니지의 인기 캐릭터 데스나이트의 탄생 비화를 가상현실(VR)로 소개한 엔씨소프트 부스는 몰려든 사람들로 20~30분씩 기다려야 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단순히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에서만 게임을 즐기고 끝나는 게 아니라 캐릭터의 삶과 숨겨진 사연에 공감하도록 하면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게임 캐릭터가 웹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드라마 등장인물이 되기도 한다”며 “한 가지에 몰입하는 덕후는 특이한 취향이 아니라 IP 확장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소비자층이기에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기회를 최대한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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