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세금 폭탄 피하자” 매물 쏟아져
웃돈 수천만원 폭락 등 직격탄
기 못 펴던 대전은 반사이익 기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책에 세종시와 대전시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나 홀로 호황’을 누리며 승승장구하던 세종시는 웃돈이 뚝 떨어지는 등 직격탄을 맞은 반면, 그 동안 숨죽이고 있던 대전시는 세종시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세종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일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8ㆍ2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3일 하루에만 30채가 넘는 아파트가 매물로 쏟아져 나왔다. 아파트 분양권도 10건이 넘게 시장에 나왔다.
세종시에선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분양권과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종시의 매매가격도 급감했다. 매매가가 최근까지 최고 3억5,000만원에 이르던 소담동 아파트(전용면적 59㎡)는 8,000만원이나 뚝 떨어진 2억7,000만원에 매물로 나왔고, 지난달 말 5억여원에 거래된 어진동 아파트(전용면적 84㎡)도 6,000만원 가량 싸게 거래됐다. 내년 8월 입주하는 1-2생활권 아파트의 분양권은 지난달 말까지 웃돈만 1억6,000만원이나 됐지만 이달 들어 3,000만원 싸게 매물로 나왔다.
세종시 아파트 시장에 매매 물량과 분양권이 쏟아지고, 거래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은 8ㆍ2 부동산 대책에 따른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다. 8ㆍ2 부동산대책 때문에 2주택자에는 앞으로 기본 세율에 10%포인트를 더한 16~50%, 3주택 이상 보유자에는 20%포인트를 더한 26~60%의 세율이 적용된다. 2주택자가 5억원에 집을 사 6억원에 팔면 양도차익(1억원)의 20%인 2,000만원만 세금으로 내면 됐지만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면 배 이상인 5,000만원을 내야 한다.
또 세종시의 경우 월세 수요가 적고,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이 전국 평균보다 크게 낮아 주택담보대출을 여러 채 받은 다주택자들의 경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세종시 신도심 한 공인중개사는 “8ㆍ2 대책 발표 직후부터 세종시 최고 투자처로 꼽히는 3생활권 아파트 분양권 매도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공인중개사를 하면서 지방의 부동산이 불과 몇 달 만에 2배로 뛰는 것은 처음 볼 정도로 세종시 아파트 시장이 과열된 건 사실”이라며 “여러 호재 때문에 아예 되돌릴 순 없지만, 아파트 시장 과열을 어느 정도 식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가 8ㆍ2 대책의 직격탄을 맡고 있는 반면, 대전시는 풀 죽어 있던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며 반사이익을 얻을 분위기다. 세종시가 강력한 규제를 받으면서 인접한 대전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대전시 유성구 ‘반석더샵’ 1순위 청약접수 마감 결과 481세대(전체 650가구ㆍ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만7,76명이 신청해 57.7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석더샵의 청약자 수는 2010년 이후 대전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다. 세종시와 가까운 반석더샵은 분양권 전매가 즉시 가능해 세종시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직접적으로 누렸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노은과 죽동도 세종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유성구 한 공인중개사는 “8ㆍ2 대책 발표 이후 세금 폭탄을 피해 세종시 바로 옆 물건을 찾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정부의 규제책 약발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당분간은 대전의 주택 시장이 덕을 볼 것 같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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