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언니네이발관 이석원 은퇴 선언 “죄 짓는 기분으로 음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언니네이발관 이석원 은퇴 선언 “죄 짓는 기분으로 음악”

입력
2017.08.07 20:55
0 0
7일 음악 활동 중단을 선언한 밴드 언니네이발관 보컬 이석원. 언니네이발관 홈페이지
7일 음악 활동 중단을 선언한 밴드 언니네이발관 보컬 이석원. 언니네이발관 홈페이지

밴드 언니네이발관 보컬인 이석원(46)이 7일 돌연 가요계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6월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을 발매 후 두 달 만의 깜짝 발표다. 언니네이발관은 새 앨범을 내면서 “마지막 앨범”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유가 결국 이석원의 음악 활동 중단 계획이었던 셈이다. 이석원의 음악 활동 중단으로 언니네이발관은 사실상 해체 순서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석원은 밴드 공식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올려 “이제 저는 음악을 그만 두고 더 이상 뮤지션으로 살아가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석원이 전한 은퇴 이유는 “음악이 일이 되어버린 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였다. 좋아하는 음악이 해야 하는 일이 돼 “항상 벗어나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석원은 “음악을 할 때면 늘 나 자신과 팬들과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며 그간 음악 활동에 대한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이석원의 지인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석원이 음악 작업을 할 때 심적 부담을 굉장히 크게 느꼈다”며 “워낙 완벽주의적 성격이라 6집 작업도 매우 힘들게 작업했고, 그간 음악 활동으로 많이 지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석원의 음악 작업은 꼼꼼하면서도 신중하기로 동료 음악인들 사이에도 정평이 나 있다. 6집 수록곡 ‘누구나 아는 비밀’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후배 가수 아이유는 이석원과 작업을 끝낸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지막 앨범을 한 겹 한 겹 신중하게 만드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팬으로서 후배로서 많이 배웠다”고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석원은 6집 작업을 하면서 음악 활동 중단의 뜻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석원은 새 앨범을 낸 뒤 단 한 번의 공연도 하지 않았다.

이석원이 이끈 언니네이발관은 홍익대 인디 음악신을 이끈 ‘1세대 밴드’였다. 이석원의 서정적인 목소리와 가사, 기타리스트의 이능룡의 명징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주로 국내 모던록 팬들에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6년 낸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와 1998년 낸 2집 ‘후일담’은 한국 모던록 음악사의 명반으로 꼽히며 평단과 음악팬의 극찬을 받았다. 올해 데뷔 23년 차를 맞은 이석원은 “그 동안 음악을 했던 기억이 모두 다 즐겁고 행복했었다고는 말하지 못해도 여러분에 대한 고마운 기억만은 잊지 않고 간직하겠다”며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준 팬들에 고마움도 전했다. “훗날 세월이 정말 오래 흘러서 내가 더 이상 이 일이 고통으로 여겨지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또 나 자신에게 죄를 짓는 기분으로 임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 다시 찾아 뵙겠다”는 말도 남겼다.

언니네이발관의 소속사 블루보이에 따르면 이석원 외 두 멤버는 각자 음악 활동을 이어간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다음은 이석원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2017년 8월 7일

소식이 늦었습니다. 어려운 말씀을 드려야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서야 예전에 써 둔 편지를 올립니다.

모두 건강하십시오. 미안해요.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일을 그만두길 바래왔어요.

하지만 어딘가에 내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털어놓긴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한번만이번 한장만 하다가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네요.

그간 실천하지 못한 계획들도 있고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서 인사드리고 떠나면 좋겠지만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어요.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어서행복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음악이 일이 되어버린 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항상 벗어나고 싶어했기에

음악을 할 때면

늘 나 자신과 팬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습니다.

더이상은 그런 기분으로 무대에 서고 싶지 않음을..

이렇게 밖에 맺음을 할 수 없는

제 사정을..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이제 저는 음악을 그만 두고

더이상 뮤지션으로 살아가지 않으려 합니다.

23년 동안 음악을 했던 기억이

모두 다 즐겁고 행복했었다고는 말하지 못해도

여러분에 대한 고마운 기억만은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훗날 언젠가

세월이 정말 오래 흘러서

내가 더이상 이 일이 고통으로 여겨지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또 나 자신에게 죄를 짓는 기분으로

임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 다시 찾아 뵐게요. 감사합니다.

23년 동안 지지하고 응원해주신것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어주신것

모두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이석원 올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