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홍회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소아청소년암은 매년 1,500여명이 진단받고 있다. 소아청소년 질환 중 매우 드물고, 중한 병이지만 완치율 70% 이상, 생존율은 85%라 대부분이 1~3년 간 치료받고 건강하게 자란다. 5,000명이 근무하는 회사라면 1~2명의 소아암 생존자가 근무할 정도로 소아청소년암 경험자는 내 가족, 친구, 선ㆍ후배, 이웃으로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부푼 꿈을 안고 중학교에 진학한 13살의 어린이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코피가 멈추질 않고 고열이 계속돼 엄마 손을 잡고 찾아간 병원에서 소아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학업을 미뤄놓고 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항암제 투여를 받으며 병마와 싸우며 한 달을 보내고 나니 학교와 친구들 생각이 났다. 그런데 이어지는 치료를 받아가며 친구들 소식이 들려 올 때마다 암치료가 잘 될까 하는 걱정보다 ‘항암제로 인한 달라진 내 모습을 친구들이 놀리지 않을까?’, ‘이대로 뒤처지는 것인가?’하는 걱정이 앞섰다. 지금은 완치돼 성인이 된 환자의 이야기이다.

소아청소년에겐 치료 어려움뿐만 아니라 학교와 사회 복귀도 걸림돌이다. 특히 치료 급성기가 지나면 치료와 공부를 병행해야 하므로 학교 복귀가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온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도 학교 복귀 지침서로 ‘다시 만나 반가워!’를 출간해 소아청소년암 경험자들을 돕고 있다.

병원학교 교사도 대부분 자원봉사자다. 현직교사가 근무시간 중에 출장 처리해 봉사하는 것도 막혀 있다. 서울에 10개, 다른 지역에 23개 병원학교가 운영되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는 협력학교가 있어 수업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서울지역은 가장 많은 학생을 교육하면서도 협력학교 없이 자원봉사자로 교육하는 실정이다.

병원학교 주변 학교 중 협력학교를 지정해 교육을 돕는 방안과 퇴직 교원의 자발적 봉사 같은 도움이 절실하다. 외국에서는 아이들에게 특례 입학을 허용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대학, 몇 개 과만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가 확대된다면 소아청소년암 경험자에게 커다란 희망이 될 것이다. 이들은 우리 아이들보다 큰 시련을 이겨낸, 우리 가족이요, 이웃으로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배려하고 응원해야 할 사회의 자산이다. 어른도 받기 어렵다는 항암치료를 훌륭히 이겨내며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려는 아이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차별없는 교육현장을 만드는 등 사회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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