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검은 양복에 부쩍 긴장
입술 만지며 초조하게 진행
“제 탓이지만… 오해 풀어달라”
박영수 특검 “범행 은혜 위한
관련자 조직적 허위 진술” 지적
이재용, 박 특검과 악수 나누자
일부 방청객 “무슨 악수냐” 고성
법정 안팎서 소란 행위 잇달아
“사익을 위해서나 제 개인을 위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든지, 기대를 한 점은 결코 없다.” (이재용 부회장)
“피고인들이 대통령 요구에 따라 준 돈은 박 전 대통령의 직무상 도움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교부된 뇌물임이 명백하게 입증됐다.”(박영수 특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마지막까지 첨예하게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았고, 챙겨야 할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모든 게 제 탓”이라고 눈물을 쏟았다.
이날 오후2시 결심공판이 열린 311호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검은 양복을 차림에 평소 부쩍 긴장한 표정이었다. 재판이 시작되자 입술을 만지거나 변호인과 짧은 귓속말을 나누며 특검의 구형 절차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눈치였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뒤 최후진술 기회를 얻은 이 부회장은 10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구속 수감된 지난 6개월 동안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자신을 돌아볼 계기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고 입을 뗀 이 부회장은 특검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도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자책했다. 이 부회장의 눈물은 그가 삼성을 일군 선대 회장들과 임직원들을 언급하면서 터졌다. “오늘의 삼성이 있기까지 모든 임직원 선배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창업자인 선대 회장님 뒤를 이어 받아 삼성이 잘못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노심초사해왔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이 부회장은 수 차례나 말을 잇지 못해 물을 먹어가며 목소리를 다듬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한가지만 꼭 말씀 드려야겠다”며 “개인을 위해서 박 전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 점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국민들의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면서 제 욕심을 내겠느냐”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향후 삼성의 대표 경영인이 될 수 없다는 입장까지 밝히며 “이 오해만은 꼭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도 이 부회장을 도와 특검이 주장하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송우철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시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특검이 공판과정에서 제출한 정황증거들로써 인정될 수 있는 간접사실을 모조리 다 모아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도저히 뒷받침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을 ‘성립할 수 없는 말을 억지로 끌어와 자기에게 유리하게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견강부회’로 표현했다.
이에 맞서 특검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규정하고 재판부에 엄벌을 요구했다. 이 부회장 측의 진술에 앞서 구형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출석한 박영수 특검은 이번 사건의 의미를 또박또박 설명했다. 그는 “이 사건은 경제계의 최고 권력자와 정계의 최고 권력자가 독대 자리에서 뇌물을 주고받기로 하는 큰 틀의 합의를 하고,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정부부처 등이 동원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정해지며 진행됐다”고 밝혔다. 삼성과 박 전 대통령의 정경유착 고리가 다른 재벌기업보다 강하게 형성됐고, 삼성 관련자들이 이 부회장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지적하는 부분에선 목소리에 힘이 잔뜩 실리기도 했다. 박 특검은 또 “최근 기업 비리 사건들을 살펴보면 범행 당시부터 사후에 문제가 될 것을 대비하여 허위 용역 계약 등의 방법을 동원해 범죄를 숨기는 경향이 확인된다”며 “이 사건도 범행 은폐를 대비하여 허위 용역 계약 등을 사전에 만들어 둔 것은 아닌지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일부 방청객들의 소란행위도 벌어졌다. 이 부회장의 최후 진술 도중 소리 내 울며 “힘내세요”라고 외친 한 방청객이 퇴정을 당하는가 하면, 퇴장하는 이 부회장이 박 특검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하자 일부 지지자들은 “무슨 악수냐. 정말 이게 나라냐, 이게 재판이냐”고 특검과 재판부를 향해 비난을 쏟았다.
법정 밖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소란이 이어졌다. 결심 재판이 시작되기 10여분 전인 오후1시48분쯤엔 법원에 출석하는 박 특검에게 물병을 던지며 항의했다. 또 지지자 중 일부는 방청을 온 한 시민단체를 향해 “빨갱이들은 북한으로 가라” “너네가 뭔데 여기를 오느냐” 등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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