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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북핵 대화 & 인도적 대화’ 구분… 평화적 해결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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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북핵 대화 & 인도적 대화’ 구분… 평화적 해결에 방점

입력
2017.08.0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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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서 전쟁 용인할 수 없어"…평화적·외교적 해결 강조

'대북 선제타격' '예방적 전쟁' 등 美 강경발언 고려한 듯

대북공조는 견고…FTA 개정은 한·미 정상간 '온도차'

국내적으로 보수야권 제기한 '코리아 패싱' 우려 불식 의미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2017.8.7 청와대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2017.8.7 청와대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기본 조건임을 확인하면서도 반드시 평화적·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레드라인(금지선)'의 임계치에 도달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 외 다른 선택지가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대화의 끈'만큼은 놓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5월 10일 통화 이후 89일 만에 한 이날 통화에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강한 어조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 조야에서 제기된 '대북 선제타격론' 또는 '예방적 전쟁' 등의 주장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흥남 철수 피란민의 아들로 태어나 누구보다 전쟁의 참상과 후유증을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이기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비극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경을 담아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도발의 수위를 높이면 더 강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되, 이는 결국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과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기조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올바른 선택을 할 때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힘의 우위에 기반을 둔 강력한 압박과 제재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는 문 대통령도 인식을 같이했다.

이날 통화에서도 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해보셨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폐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해야지. 지금은 대화할 국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7월17일 제안한 남북 적십자회담 및 남북 군사당국회담은 인도적 조치이자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통한 긴장 완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답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대화할 국면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에둘러 보낸 것이고, 문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헤아려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의미를 설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서는 대화할 때도 아니고 대화 주체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돼야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과 인도적 차원의 대화는 한국이 주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인도적 차원의 대화를 분리하겠다는 것으로, 우리에게 핵 문제 관련 북한을 설득할 힘도 타협으로 이끌 장치도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선 긋기'인 셈이다.

실제 문 대통령도 지난달 11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 폐기를 이끌 수단이 마땅치 않은 이상 핵·미사일 대화의 주체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지금은 핵·미사일 관련 대화를 할 때가 아니라는 미국의 입장에 공동보조를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남북관계 개선과 인도주의 차원의 대화는 우리나라가 주체가 돼 지속적으로 시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는 한·미 동맹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국내외에 천명함은 물론, 일각에서 제기된 '코리아 패싱' 우려를 잠재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목되는 점은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휴가 복귀 후 첫 번째 공식 일정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로 잡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저지 주 배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문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양 정상이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탄)급 미사일 발사로 고조된 한반도 안보 위기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이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날 통화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과 관련해서는 양 정상이 온도 차를 보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56분간 통화하며 주로 문 대통령의 말을 경청했으나, FTA 문제만큼은 먼저 말을 꺼내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막대한 대한 무역 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FTA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현재도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고 있음을 먼저 강조하고, 미국이 개정을 바란다면 양국에 더욱 호혜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수준의 언급을 하는 데 그쳤다. 이날 통화는 국내적으로는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를 해소하는 의미도 있다. '코리아 패싱'은 북핵 문제 해법 등 한반도의 명운을 좌우할 주요 외교·안보 이슈에 한국이 배제되고 있다는 단어로, 야권이 '코리아 패싱'의 주요 근거로 주장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의 통화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북한이 화성-14형 미사일을 두 번째 발사한 지 사흘 만인 7월 31일 아베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미·일 간 대북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

야권은 인접국인 일본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아베 총리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데 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느냐며 공세에 나섰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즉각적인 한·미 연합 무력시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 등을 지시했음을 거론하며 반박에 나섰지만 코리아패싱 우려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감지되자 외교 안보·라인이 미국과 수시로 교감하며 공동으로 대책을 강구해 왔다"며 "애초부터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불가한 단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으니 코리아 패싱이라는 허황한 말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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