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부인 브리지트 트로뇌 여사에게 공식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해 역풍을 맞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움직임은 마크롱 인기 하락을 더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기간 약속한 공식 영부인(퍼스트레이디) 직위 수여 계획을 추진 중이다. 현재 프랑스 헌법은 대통령의 배우자에게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배우자에게 공식 직위를 부여하겠다는 건 영부인에게 별도의 예산을 책정하겠다는 뜻이어서 반발이 거세다. 현지언론들은 영부인 직위 부여에 반대하는 청원서에 이미 16만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반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는 작가 티에리 폴 발레트는 “대통령의 부인에게 따로 예산을 배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 지금 브리지트에게는 2~3명의 보좌관, 2명의 비서, 2명의 보안 요원이 있으며 그거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또한 프랑스 정부가 국회의원의 배우자 등 직계가족 보좌관 채용 금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대적인 정치 개혁을 추구하면서 정작 자신은 부인에게 영부인 공식 타이틀을 부여하고자 하는 게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마크롱의 지지율은 그의 제왕적인 태도 등으로 최근 급락하는 분위기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26일부터 양일 간 프랑스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36%에 그쳤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66%의 득표율로 당선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이다.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인 IFOP는 “신임 대통령의 인기가 이처럼 급격히 떨어진 경우는 1995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