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안에 동의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비판 기류를 거스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북 원유수출 금지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북중관계가 다소 악화하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
군사적 옵션 배제를 명분으로 그간 추가 대북제재에 소극적이었던 중국의 태도 변화는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2차 시험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분위기가 비등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세계 각국의 독자제재 발표가 잇따랐고 특히 미국은 무역보복 조치 시행 카드를 꺼내들고 중국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갔다고 보긴 어렵다. 미국이 공을 들여온 대북 원유공급 중단 조치가 결국 빠진 것은 이번 새 제재안이 사실상 미중 양국 간 정치적 절충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줄곧 원유공급 중단에 따른 북한의 체제 위기와 접경지역 혼란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여겨 왔다.
중국 관영매체가 6일 보도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 만장일치 통과 소식에는 중국 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 신화통신은 “유엔이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적극 평가했고, 글로벌타임스도 “새 제재가 불법 프로그램에 전용될 수 있는 달러 확보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논평이나 의견 기사는 게재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북중관계의 추가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북한의 석탄 수출 전면금지와 수산물 수출 규제 등을 담은 제재안이 비교적 단기간에 처리된 만큼 북한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중국 입장에선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북 지렛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북중관계 관리 모드에 돌입한 듯한 모습이다.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결의안 통과 직후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안보리제재는 북핵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목표를 둔다”고 말한 후 이날 사실상 ‘왕따’가 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보란듯이 양자회동을 가진 건 실제 대화 내용과는 무관하게 상징적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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