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임위 절반 야당이 장악
“개혁입법 몸으로 막아낼 것” 강공
내년 6월까지 임기보장 ‘속수무책’
속타는 與, 선진화법 개정 만지작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첫해 정기국회에서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실제 입법이 성사되기까지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정부여당이 심혈을 기울이는 주요 개혁 입법이 다뤄질 상임위원회의 수장 대부분을 야당 의원들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상임위원장들이 반대하며 버티는 한 문재인표 개혁 법안은 상임위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는 9개로 전체 상임위의 꼭 절반이다. 자유한국당이 7곳,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각각 1곳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민주당이 갖고 있다. 9대9 진용은 지난해 5월 20대 국회 직후 각 당 원내지도부가 만든 협상 결과물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당시 여권 프리미엄을 앞세워 법제사법위와 정보위, 국방위 등 핵심 요직을 차지했지만 조기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핵심 상임위가 졸지에 야당 몫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6일 “9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상임위원장은 야당 전성시대다”고 촌평했다.
문제는 법안 상정 및 소위 회부 등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야당 상임위원장들이 정부여당의 개혁법안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당 소속 정보위원장인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 핵심 개혁 사항인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해 “몸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벼르고 있고, 같은 당 소속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 역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대해 “옥상옥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인세 소득세율 인상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다룰 기획재정위원장 역시 조경태 의원 역시 한국당 소속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당이 기본적으로 부자증세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세율을 결정하는 조세소위조차 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원구성 재협상이 열리는 내년 6월까지는 여당 상임위원장을 맘대로 바꿀 수도 없다. 국회법상 2년 임기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속이 타 들어 간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한국당과 협상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를 공석으로 남겨뒀지만,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5월에만 해도 한국당은 두 상임위는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로 챙겼는데 상황이 바뀌니 모르쇠로 돌변했다”고 답답해 했다. 운영위원장의 경우 나머지 야당 원내대표들이 정우택 원내대표가 8월말까지만 하고,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남은 기간을 맡기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는데도 정 원내대표는 요지부동이라고 한다.
여당 일각에선 상임위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제도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패스트트랙의 경우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정의당 국민의당은 물론 바른정당까지 포섭해야 가능하다. 패스트트랙 조항이 발동해도 상임위 계류기간이 최장 330일이 경과 돼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해 신속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아직은 이르지만 국회선진화법 개정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개혁입법 처리가 지연될 경우, 국회의 비효율적 시스템을 개선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터져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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