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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상 불러놓고 ‘대북 규탄 성명’ 낸 아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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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상 불러놓고 ‘대북 규탄 성명’ 낸 아세안

입력
2017.08.0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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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ㆍ미사일 우려… 유엔 결의 지켜라”

외교부 “시점ㆍ강도 이례적”… 北 곤경 예고

5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EANㆍ아세안) 50주년 기념 외교장관 회의 개막식에서 말레이시아의 아니파 아만(왼쪽) 등 아세안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기념 촬영 도중 박수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마닐라=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EANㆍ아세안) 50주년 기념 외교장관 회의 개막식에서 말레이시아의 아니파 아만(왼쪽) 등 아세안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기념 촬영 도중 박수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마닐라=연합뉴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EANㆍ아세안) 외교장관들이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지난해부터 거듭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5일 냈다. 북한이 참가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 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개막에 임박해서다. 현재 리용호 북 외무상은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오고 있다.

이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10개국 장관들은 한반도 문제 관련 별도 성명을 내고 “7월 4일과 28일 진행된 북한의 ICBM 실험과 2016년 있었던 두 차례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데 대해 거듭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전개는 해당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보,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상 관련 결의상 의무들을 즉각적이고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우리는 평화적 방식을 통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며 “한반도 내 항구적 평화 구축을 향한 남북 관계 개선 구상을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아세안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건설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미얀마, 브루나이 등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올 2월과 3월에도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는 등 지난해부터 북한에 대한 비판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 왔다. 4월 아세안 정상회의 때도 이들은 “한반도 불안이 역내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유념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비판했다.

ARF 참석을 위해 출국차 5일 평양 공항에 도착한 리용호(가운데) 북한 외무상. 연합뉴스
ARF 참석을 위해 출국차 5일 평양 공항에 도착한 리용호(가운데) 북한 외무상. 연합뉴스

특히 ARF에 참석하는 리 외무상이 필리핀에 도착하기 직전 별도 성명이 채택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 외교부의 평가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세안 출범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의 이번 회의에서 북한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 짐작하게 하는 강력한 내용의 성명”이라며 “최근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해 아세안이 갖는, 이전과 차원이 다른 인식이 반영됐다”고 했다. 또 조속한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과 관련해 아세안 차원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리 외무상은 6일 새벽 필리핀에 도착한다. ARF 주최 측은 리 외무상이 6일 오전 0시 50분(한국시간 오전 1시 50분) 마닐라의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 도착한다고 5일 공지했다. 앞서 5일 낮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리 외무상이 취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 측은 공항 내에서 리 외무상 일행에 대한 언론 취재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최 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리 외무상은 ARF에서 유엔 안보리에 추진되고 있는 신규 대북 제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할 전망이다. 더불어 미국의 적대 행위에 맞선 자국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5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필리핀 인터내셔널 컨벤션 센터'에서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무장관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마닐라를 방문 중인 강 장관은 이날 아세안 국가들과 잇달아 회담을 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5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필리핀 인터내셔널 컨벤션 센터'에서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무장관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마닐라를 방문 중인 강 장관은 이날 아세안 국가들과 잇달아 회담을 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상황은 북한에 유리하지 않다. 지난달 북한의 ICBM급 미사일 연쇄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이 임박한 데다,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아세안 국가들도 부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ARF 참가국으로서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 번영이라는 ARF의 비전 실현을 위해 긍정적으로 기여하길 강하게 촉구한다”는 아세안 외교장관 공동 성명 내용은 “ARF에서 다른 회원국과 함께 북한의 회원 자격을 정지할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는 최근 수전 손턴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의 언급에 대한 호응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손턴 차관보 대행은 이날 ARF 회의장인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세안 성명에 만족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마닐라=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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