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4일 공관병을 몸종 부리듯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 부부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사령관 부부와 관련 진술인들의 주장에 엇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밝혀졌다”며 박 사령관을 형사 입건해 수사하고 부인은 참고인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처음 알려진 뒤 관련 제보가 줄을 이었다. 감사 결과 사실로 확인된 사례를 보면 박 사령관 부부의 행동은 엄연히 군인인 공관병을 하인 다루듯 했고 패악질로 볼 수밖에 없는 행태도 적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언제라도 부르면 달려올 수 있도록 공관병에게 호출용 전자팔찌를 차도록 했다. 개인 차량을 운전 부사관에게 맡겨 군 복무 중 휴가 나온 자신들의 자녀를 태워주도록 하고, 텃밭 농사에 공관병을 동원했다.
특히 박 사령관 부인의 행태는 가관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채소 다듬던 조리병의 칼을 빼앗아 도마를 세게 내리치며 위협한 적이 있고, 떡국의 떡이 붙었다고 손으로 떼내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공관병의 요리를 탓하며 “너희 엄마가 이렇게 가르쳤냐”며 부모를 욕하고, 아들에게 전을 챙겨주라고 했던 걸 깜빡 잊고 공관병이 뒤늦게 내오자 그 전을 집어 던진 일 등도 사실로 판단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군에서는 규정에 따라 지휘관 공관에 병사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임무는 가사도우미처럼 집안일을 도맡는 게 아니다. 가사로는 식사 준비 정도가 포함될 뿐 공관 시설 관리나 지휘통제실과 연락 유지 등 공무가 중심이다. 공관병에게 한밤 중 술상을 차리게 하고 대학원 과제를 대필시켰다가 보직 해임된 사단장, 관용차를 가족용으로 쓰고 운전병에게 딸 집 커튼까지 달아주도록 했다가 경고 받은 공군참모총장 등 잊을 만하면 비슷한 일들이 터져 나오는 걸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군 내부의 고질적 병폐인지 쉬이 짐작이 간다.
사건 직후 송영무 국방장관은 자신의 공관병을 철수시키면서 모든 지휘관 공관에 근무하는 병력을 철수하고 민간인력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육군은 창군 이후 처음 공관병을 운영하는 모든 장성급 부대를 대상으로 현장 전수 조사를 실시해 인권 침해 등 운용 실태를 파악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엄격한 위계’라는 특수성을 방패 삼아 규정도 무시하고 인권마저 깔아뭉개는 전근대적 군문화 혁신의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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