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프랑스 상파뉴 지방 오빌레(Hautvillers) 수도원의 베네딕토회 수도사 동 페리뇽(Dom Perignon, 1638~1715)이 샴페인의 제조기법을 발견했다는 통설에는 이견이 있고, 이견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한 마디로 그가 샴페인의 품질과 보틀링 등 유통방법을 개선한 공은 크지만, 와인이 그렇듯, 주종 자체의 제조법을 발견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통설에 따르면, 수도원 와인 관리 직분을 맡은 피에르 페리뇽 수도사가 어느 해 초봄 어느 날 와인창고의 포도주 한 병이 터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추위에 발효를 멈췄던 와인이 날이 풀리면서 2차 발효를 해 탄산가스 압력에 병이 깨진 거였다. 거기서 힌트를 얻어 생애를 바쳐 발효 연구를 거듭했고, 인공적으로 샴페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날이 55세 되던 1693년 8월 4일이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저널리스트 출신 와인 전문가 도널드 클래드스트럽이 공동 집필한 책 ‘샴페인’ 등에 따르면 샴페인은 그 전부터 존재했고, 수도사 동 페리뇽의 주된 기여는 맛과 품질의 개량에 있다. 그는 여러 종류의 포도를 섞어 와인의 맛을 향상시키는 블렌딩 기법을 처음 썼고, 탄산가스를 잘 가두기 위해 나무 대신 코르크 마개를 썼고, 삼끈에 기름을 먹여 병 마개를 처음 묶었다고 한다. 그는 일반 농민들과 달리, 기도 외에는 와인을 관리하고 연구하고 판매해 수도원 재정에 도움을 주는 게 일이었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직후 폐쇄된 수도원을 모에 샹동(Moet & Chandon)이 사들여 복원했고, 1921년 '동 페리뇽'이란 이름을 단 빈티지 샴페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라인별로 최소 6년 최장 30여 년의 숙성을 거쳐 출시되는 동 페리뇽은 고급 샴페인의 대명사가 됐다. 자신이 만든 샴페인을 음미하며 “형제님,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어요”라고 했다는 동 페리뇽의 이야기까지 담긴 술이어서, 비싼 건 아주 비싸고 희귀 연도 샴페인은 예술품처럼 유명 경매장에도 등장하기도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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